“한국인 삶 담긴 한지의 위대함 알리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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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복원 전문가 김민중씨, 루브르 아부다비서 한지 전시회
“한지, 접착력-강도 뛰어나… 복원재료로 日화지 대안 주목”

20일 아랍에미리트의 루브르 아부다비에서 개막한 ‘종이의 역사’ 전시에서 종이 수의(왼쪽 사진)와 한지로 만든 의복, 신발, 모자(오른쪽 사진)를 선보이고 있다. 김민중 씨 제공
20일 아랍에미리트의 루브르 아부다비에서 개막한 ‘종이의 역사’ 전시에서 종이 수의(왼쪽 사진)와 한지로 만든 의복, 신발, 모자(오른쪽 사진)를 선보이고 있다. 김민중 씨 제공
“아부다비 왕실로부터 한국을 가장 위대하게 표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서 문화재 복원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중 씨(35·사진)는 2020년 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으로부터 한 통의 e메일을 받았다. 아랍에미리트(UAE) 루브르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종이의 역사’ 특별전에 한지(韓紙)를 소개하겠다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것.

이에 따라 20일 개막한 특별전에는 한지를 집중 소개하는 전시공간이 따로 마련됐다. 이곳에는 아이의 탄생을 알리는 종이 금줄과 망자에게 입히는 종이 수의, 한옥에 붙이는 창호지 등이 전시됐다. 그는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종이와 함께 태어나 쓰고, 입고, 메고, 신고, 죽는 한국인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개막 전 전시실을 방문한 UAE 문화장관이 한지로 만든 옷과 신발 앞에서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어요. 종이를 꼬아 옷을 지을 정도로 한지에는 끈질긴 힘이 있어요. 그 힘을 세계에 알릴 수 있어 뿌듯했죠.”

루브르가 한지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7년.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미술품 보존·복원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복원 전문가로 활동하던 그가 한지를 이용해 신성로마제국 황제 막시밀리안 2세(1527∼1576)의 책상 손잡이를 복원하면서부터다. 그는 “루브르를 비롯해 세계 유명 박물관들은 그동안 일본의 화지(和紙)를 사용해 문화재를 복원했지만 2017년부터 화지보다 접착력과 강도가 뛰어난 한지를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김 씨는 형 김성중 씨(40)와 함께 사단법인 ‘미래에서 온 종이협회’를 세워 외국 박물관에 문화재 복원용 한지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루브르의 ‘부르봉가의 역사’ 전시에 선보인 18세기 프랑스 풍속화가 샤를 르모니에의 왕실 초상화 등 18점이 김 씨가 제공한 한지로 복원됐다. 그는 “언젠가 라파엘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을 한지로 복원하는 게 꿈”이라며 웃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한지#김민중#루브르 아부다비서 한지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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