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5km 달려 출퇴근… ‘운동 일상화’에 인생도 달라져”[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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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선 씨가 서울 남산을 달리고 있다. 2018년 9월 남산을 오르다 우연히 SFR(Seoul Fun Run) 마라톤클럽 회원과 인연이 이어지면서 마라톤에 빠진 그는 매일 15km를 출퇴근으로 달리며 즐겁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정진선 씨가 서울 남산을 달리고 있다. 2018년 9월 남산을 오르다 우연히 SFR(Seoul Fun Run) 마라톤클럽 회원과 인연이 이어지면서 마라톤에 빠진 그는 매일 15km를 출퇴근으로 달리며 즐겁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기자
양종구 기자
우연한 인연이 인생에서 중요한 계기가 되는 경우가 있다. 정진선 씨(39)는 2018년 9월 서울 남산을 오르다 SFR(Seoul Fun Run) 마라톤클럽 회원을 만나면서 달리기에 빠지게 됐다. 운동의 일상화를 실천하며 건강하고 즐겁게 살고 있다.

“평소 남산을 오르면서 SFR 회원들이 달리는 것을 자주 봤어요. 어느 날 우연히 회원을 만나 인사를 나눴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남산을 올랐어요. 저도 가끔 혼자 달렸는데 자주 다쳤어요.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달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습니다.”

함께하니 역시 좋았다. 동호회 감독과 선배들한테서 바르게 달리는 법 등을 체계적으로 배우니 부상이 없었다. 하지만 2019년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42.195km 풀코스를 처음 완주한 뒤 고관절을 다쳐 6개월을 쉬어야 했다. 풀코스를 달리기 전에 30km 이상 달리는 LSD(Long Slow Distance) 훈련을 해야 하는데 25km까지만 소화한 뒤 달린 게 화근이었다. 29km를 넘어서면서 고관절에 통증이 와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 달려 4시간45분에 완주했다. 쉬며 여기저기서 달리기 정보를 수집했고 그해 10월 철인3종까지 전문적으로 가르쳐 주는 오픈케어를 찾아 선수 출신 함연식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달리는 자세를 다시 배웠고 서서 다리 들어 올리기와 플랭크, 복근운동 등 보강 훈련까지 하니 몸이 달라졌다.

“풀코스 완주 100일 프로그램을 두 번 받았어요. 지난해 10월 풀코스 완주를 준비했는데 대회가 열리지 않아 400m 트랙에서 풀코스를 달렸죠. 3시간45분을 목표로 달렸는데 3시간39분대에 들어왔어요. 그러고도 힘이 남았죠.”

지난해 11월부터는 남산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달리는 트레일러닝 동호회 ‘찰스런’에 가입해 산도 뛰고 있다. 트레일러닝은 그에게 색다른 묘미를 줬다. “풍광도 좋고 도로를 달리는 것보다 더 편안하다”고 했다. 도로는 계속 같은 자세로 달리기 때문에 지루하고 같은 근육만 써 피로감이 빨리 오는데 산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니 재미도 있고 덜 피곤하다는 설명이다. 정 씨는 지난달 20일 경기 하남 미사리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달리는 전국마라톤협회 주최 마라톤 풀코스 이벤트 경기에서 3시간50분에 완주해 여자 30대 부문 2위를 했다. 그는 “비도 오고 맞바람이 심해 고생했지만 결과가 좋아 기뻤다”고 했다.

정 씨의 하루는 달리기로 시작한다. 마포에서 둘째 언니와 카페를 운영하는 그는 매일 새벽 이태원 집에서 카페까지 5km를 달려 출근한다. 오후엔 한강변을 달려 귀가하는데 10km 정도 된다. 거의 매일 15km를 달린다. 목요일엔 찰스런, 일요일엔 SFR에서 달린다. 토요일엔 친구들과 산을 찾는다. 주 7일 운동하고 있는 셈이다.

“운동의 일상화라고 할까요. 운동 시간을 따로 내기보다는 일상생활을 운동으로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카페에 손님이 없을 땐 서서 발 들어 올리기도 하고 플랭크나 복근운동도 하죠.”

달리면서 자신감도 얻었고 일처리도 깔끔해졌다고 했다. 그는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를 잘하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이젠 목표를 세우고 끝까지 이뤄내는 일이 많아졌다. 시간관념도 좋아졌다”고 했다. 미용사였던 그는 조만간 제빵사 자격증에도 도전하겠다고 했다. 달리면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성격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는 “지난해 좀 힘든 일이 있었다. 달리면서 잊었다. 달리지 않았다면 우울증에 걸렸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달리니 아무리 먹어도 체중에 변화가 없다. 달리기 전에 비해 근육량이 3% 증가하고 체지방이 9% 빠졌다.

정 씨는 요즘 ‘달리기 전도사’로 불린다. 큰언니와 딸(조카), 둘째 언니까지 달리기에 입문시켰다. 큰언니와 조카는 SFR에서 함께 달린다. 6월 열리는 하이원리조트 스카이레이스 땐 남편과 함께 20km를 달릴 예정이다. 올해부턴 SFR 훈련부장을 맡아 초보자들에게 달리는 법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달리면 인생이 달라진다. 사람들이 잘 달리도록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주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100세 시대 건강법#운동 일상화#달라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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