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정은]마스크 벗어도 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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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의무화 조치가 해제됐습니다. 원한다면 지금 곧바로 벗으십시오.” 미국 알래스카에어 여객기에서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가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승객들은 마스크를 흔들거나 머리 위로 던지면서 환호했다. 승무원이 “마스크를∼ 벗어∼버려요”라고 노래하며 좌석마다 마스크를 수거한 비행기도 있었다. 18일 정부의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무효화하는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의 판결과 이에 따른 교통안전청(TSA)의 후속 조치가 나온 직후였다.

▷마스크는 코로나19 방역의 핵심이자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 미국의 경우 이미 대부분의 장소에서 실내외 마스크 착용 지침이 완화돼 있는데도 이번 판결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환영과 찬성만큼 반대와 우려도 쏟아졌다. 59페이지에 이르는 판결문에서부터 판사의 신상과 얼굴 사진까지 인터넷에 도배가 됐다. 그만큼 마스크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는 의미다. 한국은 5월 초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대한 정부 결정이 나올 예정. 정부는 곧 전문가 의견수렴을 시작한다.

▷바이러스가 소멸돼서 마스크를 벗는 건 아니다. 마스크 규정이 풀리면 확진자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스위스와 영국에서는 항공사의 기내 마스크 의무화 폐지 후 승무원과 조종사들의 잇단 확진으로 모두 600여 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오스트리아는 지난달 마스크 규정을 해제했다가 18일 만에 “시기상조였다”며 결정을 뒤집기도 했다. 전파력이 큰 XE 변이 바이러스에 이어 XL, XM 등이 계속 출몰하고 있다. 마스크 의무화 해제 판결이 나온 미국조차 뉴욕 등지에서는 오미크론 재확산 추세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항소를 검토 중이다.

▷그래도 이제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국내에 많아지는 듯하다. 한 인터넷 투표에서는 ‘실외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해야 한다’는 답변이 78%였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마스크를 벗게 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색조 화장품 시장이 들썩거리고 피부과와 성형외과 예약이 늘어나는 등 ‘노 마스크’ 일상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벌써부터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의무화 해제에는 아직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쪽이다. 인수위원회도 어제 코로나19 브리핑을 열고 “섣불리 방역을 해제하지 않도록 정부에 당부드린다”고 했다. 마스크 의무화의 해제 여부와 시점은 철저히 보건의료와 국민 안전의 관점에서 과학이 결정할 일이다. 규정과는 별개로 스스로 마스크 착용을 지속하는 것은 그보다도 한 차원 높은 결정일 터다. 나와 이웃을 코로나19에서 지키는 것은 물론 감기, 독감 등 다른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데에도 마스크는 유용하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노 마스크#코로나#마스크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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