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잘못 탔다 스웨덴 입양된 5세 막내딸, 43년만에 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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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20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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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가족과 상봉한 A 씨가 18일 서울 도봉경찰서를 찾아 수사 담당자였던 윤종천 경위와 인사하고 있다. 서울 도봉경찰서 제공
43년 만에 가족과 상봉한 A 씨가 18일 서울 도봉경찰서를 찾아 수사 담당자였던 윤종천 경위와 인사하고 있다. 서울 도봉경찰서 제공
다섯 살 때 실종됐던 막내딸이 43년 만에 가족들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19일 서울 도봉경찰서에 따르면 어린 시절 실종돼 스웨덴으로 입양된 A 씨(48)가 경찰의 도움으로 43년 만에 80대 노모를 비롯한 가족들과 만났다.

1979년 당시 5세였던 A 씨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역 인근에서 친구들과 놀다 한 버스에 올라탄 뒤 행방불명이 됐다.

당시 가족들은 실종 신고를 하고 방송 출연까지 하며 A 씨를 백방으로 찾아다녔지만 수년이 지나도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던 가족들은 최근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달로 장기 실종 가족이 만났다는 소식을 접해 희망을 걸기 시작했고, 2018년 6월 서울 노원경찰서에 다시 실종 신고를 했다.

노원경찰서에서 1년 넘게 사건이 해결되지 않자 사건은 2019년 7월 서울경찰청으로 이관돼 당시 서울청 장기 실종수사팀 소속 윤종천 경위에게 배당됐다.

윤 경위는 신고자 면담과 국내외 입양기관들과의 협력을 거쳐 A 씨의 소재를 추적했고, A 씨가 스웨덴으로 입양된 사실을 확인했다. A 씨는 스웨덴에서 결혼해 법의학 박사로 일하고 있었다.

윤 경위는 “입양된 분 대다수는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의심을 불식시키는 데 있어 가족들의 힘이 컸다”며 “가족들이 A 씨를 찾기 위해 나갔던 방송 자료와 만들었던 전단을 보여주며 ‘널 버린 게 아니다’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결국 A 씨도 모친과의 유전자 대조 분석에 동의했고 2019년 11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친자 확인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A 씨는 2020년 1월 입국을 추진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목을 잡았다. A 씨는 가족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2년을 기다린 끝에 지난 4일 입국했다. 그는 어머니와 큰오빠, 작은오빠, 큰 언니와 상봉했다.

A 씨는 18일 현재 윤 경위가 근무하고 있는 도봉경찰서를 찾아 감사의 뜻을 표했다. A 씨는 번역기를 통해 “영화에서 있을 만한 내용이 내게 일어난 것에 대해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랍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준 경찰관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윤 경위는 “너무 보람을 느끼고 제게 이만큼 의미 있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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