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푸틴에게서도 살아남겠다”…96세 홀로코스트 생존자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20일 1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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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년 전 안네 프랑크와 같은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평화로운 노년을 보낼 일만 남았던 96세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러시아 침공으로 하루 아침에 고향인 우크라이나에서 쫓겨나 힘겹게 피란길에 오른 사연이 전해졌다.

19일 (현지시간) 영국 데일리 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거주하던 홀로코스트 생존자 아나스타샤 굴레즈는 지난 2월24일 러시아 침공 이후 독일 친구들의 도움으로 아들 와실, 딸 월렌티나와 함께 독일로 피란했다.

굴레즈는 고향에 머물고 싶었지만, 집이 주요 군사 목표물인 공항 옆에 있었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굴레즈를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던 홀로코스트 생존자는 약 4만 명이다.

굴레즈는 1945년 1월 19세의 나이로 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에 의해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로 보내졌다. 1개월 후 안네 프랑크가 있던 베르겐-벨젠 수용소로 보내졌으며 1945년 4월15일 해방될 때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굴레즈는 “여기서(아우슈비츠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보낸 1분을 잊을 수 없다”며 수용소가 해방된 순간 “기쁨을 느낄 만큼의 기력도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굴레즈는 지난 10일 독일 바이마르 인근에서 열린 나치 강제 수용소 부헨발트 해방 77주년 기념식 생존자 추도 연설에서 푸틴을 강하게 비판했다.

굴레즈는 러시아인을 나치에 비유하면서, “나는 히틀러에게서 살아남았고, 스탈린에게서 살아남았고, 이 빌어먹을 푸틴에게서도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크렘린의 히틀러 추종자들이 부차와 마리우폴에서 한 일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부차 등의 도시와 마을에서 자행된 러시아 전쟁범죄 혐의를 조사 중이다.

러시아군이 떠난 후, 키이우 지역의 거리에서 일부는 손이 묶여있는 민간인 시체가 발견되었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수백 구의 시체가 포함된 일련의 집단 무덤을 발견했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지난 주 “부차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총상으로 사망했으며, 지금까지 500구 이상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리비우 공습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폭격을 규탄했다.

한편 지난 18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키이우 외곽의 부차 교외를 점령하며 전쟁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제64자동차소총여단에게 “영웅주의와 용기, 강인함을 보여줬다”며 ‘근위 부대’라는 전투 영예 칭호를 수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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