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부울경 교육감 자리 지켜라” vs 보수 “단일화로 탈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0일 1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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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르는 부울경 교육감 선거

부산 교육청
부산 교육청
‘현 교육감의 수성(守成)이냐’, ‘보수 후보의 단일화냐’

6월 1일 치러질 부산, 울산, 경남교육감 선거의 핵심 키워드다. 세 지역의 현직 교육감 모두가 다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보수와 중도 진영의 후보들이 단일화로 맞서는 판세가 펼쳐지고 있다.

시장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는 기표 직전까지 유권자가 후보자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로 관심을 끌지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 4년 동안 교육감으로 재직하면서 쌓은 인지도 때문에 현직이 다소 유리할 수 있다. 과거 후보 난립으로 표를 나눠 가져 패배를 격은 보수 진영 후보들이 이번 선거에선 단일화에 매달리는 이유다.

특히 교육감 선거는 정당 후보를 낼 수 없음에도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대결구도를 이뤄왔다. 다만 이번 선거는 중도 표심을 더 잡는 쪽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빠르게 보수후보 단일화된 부산

부산교육감 선거는 3선에 도전하는 김석준 현 교육감과 이에 맞서는 하윤수 전 부산교육대학교 총장의 양자대결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부산의 중도·보수 교육계를 대표해 나섰다는 후보들은 일찌감치 단일화를 이뤘다. 후보 5명이 지난해 5월부터 논의를 시작해 선거를 6개월 남겨둔 12월 하 전 총장을 최종 후보로 뽑았다. 단일화에 불참하고 독자노선을 걷던 박한일 전 한국해양대 총장은 2월 불출마를 선언했다.

중도·보수 측은 단일화가 절실했다. 현직 프리미엄을 쥔 김 교육감의 3선 독주를 막으려면 단일화가 필수여서다. 2014년과 2018년 두 차례 선거에서도 단일화는 추진됐으나 성사되진 못했다. 4년 전 선거에서 김 교육감은 47.78%를 득표했고, 나머지 세 명의 후보가 10% 이상씩을 나눠 가져 패배했다. 중도·보수에서 1명만 내세우면 김 교육감과 겨뤄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 전 총장은 지난달 21일 선거사무소를 열고 청년층과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 하 전 총장 측은 “빠르게 단일화를 성사하고 과거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하 전 총장의 강점을 유권자에게 홍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3선 도전 의사를 내비쳤던 김 교육감은 25일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든다. 김 교육감의 최대 강점은 재선을 하며 초중고 무상급식과 무상수학여행 등 교육 복지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 유권자에게 인지도가 높다는 점이다. 대외적으로는 진보교육감으로 분류되지만 치우친 정책을 펴지 않았다며 ‘진보와 보수가 아닌 부산교육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 교육감 측은 “교육을 좌우로 갈라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부산의 미래교육을 완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뛸 것”이라고 밝혔다.

시 체육회장도 출마 검토 중인 울산

울산교육감 후보로는 진보 진영에서 현 노옥희 교육감이 다음달 초 출마선언을 할 예정인 가운데 보수 진영에선 김주홍 울산대 명예교수와 장평규 울산혁신교육연구소 대표가 각각 출마를 선언했다.

보수 진영에선 아직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 보수 진영에서는 김주홍 장평규 예비후보 외에도 울산시교육감을 지낸 김석기 울산시체육회장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김 회장은 “중앙선관위는 ‘교육감은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체육회장을 겸직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바 있다”고 전제하고 “여론 추이를 관망 중”이라고 밝혔다.

진보 진영에선 아직 노 교육감 이외에는 출마를 준비 중인 인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조만간 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노 교육감은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해 꼭 재선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보수 진영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인 노 교육감 취임 이후 편향된 교육정책과 이에 따른 학생들의 학력 저하 등을 학부모에게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경남, 양자구도 속 추가 후보 나올 수도

경남교육감 선거는 박종훈 현 교육감과 김상권 전 도 교육청 교육국장의 양자대결 성사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보수 단일화를 이뤄낸 김 전 국장이 3선 도전을 선언한 진보 진영의 박 교육감과 맞서는 구도다. 박 교육감은 18일 도교육청 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마선언에 나섰다.

경남교육감 선거는 사상 처음으로 보수 성향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뤄냈다. 보수로 분류된 후보 4명은 지난달 30일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 후보로 김 전 국장을 확정했다. 2018년 선거의 학습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보수 후보 3명은 단일화 실패로 모두 출마했고 표가 분산됐다. 3명의 합계 득표율은 52.41%로 진보 후보 단일화로 단독 출마한 박 교육감의 득표율 57.58%보다 높았다.

박 교육감은 “‘아이톡톡’ 기반의 미래교육 플랫폼이 안착하기 위해 전체 과정을 잘 아는 사람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진영 대결이 아닌 정책 대결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박종훈 교육감의 3선 도전은 약속 위반”이라며 “학력 저하 걱정 없는 경남 교육을 만들겠다”거 출마 이유를 밝혔다.

다만 양자대결이 실현되기엔 아직 변수가 많다. 김 전 국장이 ‘전교조 논란’에 휩싸이면서 보수 진영에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뉴라이트경남학부모연합 등 보수 성향 단체들이 구성한 ‘희망22 경남형 참! 좋은교육감 후보 단일화·추천위’(추천위)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감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추천위는 “김 후보의 전교조 활동 여부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학생인권조례 관련 구체적인 입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종훈 교육감과 함께 근무하다가 정년퇴임을 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교육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다”도 했다.

추천위는 24일까지 교육감 후보자 추천을 받아 단일화 방법을 논의하고 이달 말까지 단일화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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