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뒤늦은 노정희 사퇴, 실추된 선관위 위상 다시 세울 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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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2022.3.17 뉴스1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2022.3.17 뉴스1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그제 사퇴했다. 노 위원장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사전투표 부실 관리 파문이 발생한 이후 사퇴론이 줄기차게 제기됐지만 44일간이나 자리를 지키다가 그제 선관위의 쇄신안 발표를 계기로 물러난 것이다.

노 위원장은 확진자 폭증이 예상된 상황이었는데도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아 혼란을 자초했다. 사전투표 과정에서 누군가가 기표한 투표용지가 다시 배포되고,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가 바구니에 담겨 돌아다니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직접·비밀 투표라는 민주주의 선거의 원칙이 훼손된 것이나 다름없다. 오죽하면 ‘바구니 선거’란 개탄이 나왔겠는가. 적어도 공정한 선거 관리에 있어선 세계적 수준이었던 선관위의 위상이 바닥에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선관위는 이번 대선 사전투표 관리에 대해 “예측과 준비, 대처에서 총체적 부실이 있었다”는 진단을 내렸다. 또 현장대응 인력 강화 등 쇄신안도 발표했지만 정작 선관위 수장인 노 위원장의 책임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부실 관리의 책임은 지난달 사의를 표명한 선관위 사무총장에게 지웠다. 감사원이 6·1지방선거가 끝난 뒤 직무감찰에 나서겠다고 하자 선관위는 “독립적 헌법기관은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감사원 감사의 적정성 여부를 떠나 별도의 독립적인 감사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으면 이 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선관위원장은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와 함께 5부 요인의 지위를 갖는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공정하고 엄중하게 관리하라는 취지에서다. 선관위가 부실한 선거관리로 불공정 시비에 휩싸일 경우 정치적 양극화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노 위원장 사퇴로 위원장과 상임위원, 사무총장이 모두 공석인 초유의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치르게 됐다. 선관위의 뼈를 깎는 쇄신과 노력이 절실하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뒤늦은 사퇴#실추된 선관위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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