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만 있는 ‘산개나리’, 복원 10년 만에 유전 다양성 4.8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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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테크]100여 년 전 북한산에서 처음 발견
유전적으로 가까우면 교배 어려워
32개 유전자형 확보해 지속성 개선

산개나리는 개나리와 달리 잎 뒷면에 뽀송뽀송한 솜털이 있고 약간 옅은 색깔을 가진 게 특징이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산개나리는 개나리와 달리 잎 뒷면에 뽀송뽀송한 솜털이 있고 약간 옅은 색깔을 가진 게 특징이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1919년 일제강점기 때 북한산에서 처음 발견된 산개나리는 천연기념물 제388호로 지정된 한반도 토종식물이다. 높이가 약 1m까지 자라며 흔히 길에서 볼 수 있는 개나리와 달리 잎 뒷면에 뽀송뽀송한 솜털이 있다. 열매가 ‘연교’라는 한약재로도 쓰인다.

하지만 30년 전 인공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소나무숲으로 일조량이 줄면서 그 터전을 잃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산개나리를 멸종 취약종으로 분류했다. 산림청은 2012년 북한산국립공원의 축구장 8개 면적(약 6만1040m²)에 특별보호구역을 조성했다.

현장조사가 진행된 8일 북한산에는 산개나리가 만개해 있었다. 국립산림과학원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산개나리 복원 연구팀은 10년째 산개나리 복원 사업을 진행해 왔다. 연구자들과 함께 북한산도봉사무소에서 20분가량 산을 오르자 산개나리 자생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20그루도 되지 않는 산개나리들이 소나무들에 밀려 가파른 경사면에 간신히 붙어 있었다. 그마저도 일조량이 부족해 노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초록색의 잎만 덜렁 달려 있는 개체가 많았다. 한심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은 “북한산 자생 산개나리는 10년 안에 자취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개나리는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 생육 상태가 불량해지고 열매를 맺지 못하자 멸종위기로 몰렸다. 산개나리의 번식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종자를 활용해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보통 나무와 달리 산개나리는 가지가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내리는 ‘무성증식’을 한다. 동일한 개체를 대량 번식하는 쉽고 빠른 방법이지만 군락의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져 병해충과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한 임업연구관은 “북한산 외에 강원 정선이나 경북 의성, 전북 임실 지역에 일부 산개나리가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대부분 멸종 직전”이라고 말했다. 북한산은 그나마 산개나리 자생지가 일부 남아 있고 최초 발견지역이라는 점에서 복원사업에서 상징성을 띤다.

북한산 산개나리 특별보호구역은 자생지와 복원지가 서로 마주하고 있다. 자생지를 벗어나 맞은편 복원지에 들어서자 화사하게 꽃잎을 펼친 산개나리 군락이 나타났다. 자생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열매를 맺는 등 한눈에 봐도 생육 상태가 좋아 보였다.

복원 사업팀은 2012년 북한산 4개 지역에 각각 40그루씩 총 160그루를 심었다. 이 중 71그루가 현재까지 살아남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현장에 동행한 임효인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는 “생존율이 44% 정도로 높은 편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 지역에서 산개나리의 지속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북한산 산개나리의 유전적 다양성 지표는 0.09에서 0.43으로 4.8배 증가했다. 연구자들은 전국에서 수집한 산개나리 중 북한산 집단에서 유래한 총 32개 유전자형을 확보해 다시 북한산 복원지에 심었다. 식물의 생육 정도를 나타내는 개화량은 2015년 이전까지 100개 미만이었는데 2019년 약 280개, 지난해에는 약 300개로 늘고 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아직 안정적인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유전적 다양성 지표는 0.7 정도 돼야 안정선이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한 임업연구관은 “북한산 복원이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면서 다른 지역에도 복원지를 늘릴 계획”이라며 “산개나리가 건강하게 자라는 서식지 환경에 대한 연구도 함께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한반도#산개나리#천연기념물 제3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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