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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이기홍 칼럼]윤석열 성공을 발목 잡을 불길한 징후들

입력 2022-04-15 03:00업데이트 2022-04-1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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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당선인, 새로운 중도 보수 이미지로
몰염치 巨野와 극렬 좌파 맞서려면
측근·파리 떼들 호가호위 차단하고
특별감찰관 조속 임명 처가 리스크 예방해야
이기홍 대기자
“제가 윤석열 후보님 경선 때 유승민 후보가 (언급한) 항문침 장본인입니다. 윤 후보님 좀 도와드리다 외곽으로 빠져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다 보니까 윤 후보님이 당선되시고….”

최근 유튜브에서 접한 경남 한 기초자치단체 군수 선거 출마자의 연설 내용이다.

자신이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경선 때 논란이 됐던 항문침 당사자라고 당당히 자기소개를 한다.

지역 신문을 찾아보니 최근 인터뷰 기사들이 있다.

‘이번 대선에서 모종의 큰 역할을 했다던데?’라는 기자 질문에 그는 “예,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을 위해 분주히 뛰었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와의 인연은?’ 질문에는 “허허 노코멘트”라고 했다.

윤 후보는 토론 당시 “만난 적 없다. 모른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을 비롯해 윤 후보를 궁지에 몰아넣었던 관계의 상당수는 상대방의 일방적 친분 과시의 결과물이었다. 이제 더 많은 이들이 친분과장, 호가호위로 떡고물을 주우려 할 것이다. 단호히 차단하지 못하고 측근과 사적 인연에 휘둘리면 정권의 기둥을 갉아먹게 된다.

그렇게 몰락한 대표적 사례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측근인 유영하 후보의 후원회장을 자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저를 알던 거의 모든 사람이 떠나가고 심지어 저와의 인연을 부정할 때에도 흔들림 없이 묵묵히 제 곁에서 힘든 시간을 함께 참아냈다”고 유 후보를 추켜세웠다.

박 전 대통령의 설움은 이해되지만, 사실관계를 따지자면 주변 사람들은 어디 좋은 데로 떠난 게 아니라 무려 100여 명이 옥고를 치르고,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대착오적 이념세력에게 정권을 선물한 것은 측근의 늪에 함몰된 결과물이다.

보수 정권의 성공을 위해선 낡은 보수를 청산하고 새로운 중도-보수 시대가 열린다는 인상을 줘야 하는데 반대 이미지의 현상들이 곳곳에서 꿈틀댄다. “그럼 그렇지, 보수가 어디 가겠냐…”는 소리가 나오게 해선 안 된다.

새 정부의 위기는 부인과 처가에서도 싹틀 수 있다. 김건희 씨가 지난주 종이컵을 절약한 직원에게 준 손글씨 상장 사진을 SNS에 올린 의도가 친문들이 주장하듯 조민 학위박탈을 조롱하기 위해서였는지, 환경과 동물보호 부문에서 나름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의 발로였는지는 각자 판단할 몫이다.

분명한 것은 대통령 부인의 SNS 등 모든 대외 메시지는 내용·시점 모두 엄밀한 데스킹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한 언론에 김 씨가 전시·기획 일을 계속 하고 싶어 한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추측성 기사라 믿고 싶다. 그 정도까지 해이해졌을 거라고는 보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김 씨 오빠 등 처가 관련 소문이 들린다. 과장된 내용으로 보이지만, 파리 떼들이 어디로 향할지는 뻔하다.

윤 당선인은 한동훈보다 더 날카롭고 더 확실한, 국민들이 “저 정도까지?”라고 놀랄 정도의 의지를 실어, 특별감찰관을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

당선인 본인이 신뢰도 점수를 잃는 것도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서툴고 말실수도 많이 했지만, 그에게 표를 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그의 삶이 보여준 신의 의리 정직성에 대한 높은 평가가 있었다. ‘안철수 공동정부’ 약속을 저버린다면 지지자들 마저 윤 당선인을 다시 쳐다보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이중성과 표변을 국민은 더는 보고 싶지 않다. 문재인 정권 내내 넌더리 나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검수완박 시도는 그 대하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정권 초반엔 역대 정권 중 최대 규모로 검찰을 동원해 재미를 보더니, 칼이 자신들을 겨냥하자 검찰 죽이기에 나섰고, 서울·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 LH사태가 터지자 “검찰이 나서라”고 다시 매달렸다. 애완견 체제를 구축하고는 잠잠하더니 대선에서 지니까 또 시작이다.

목적 달성을 위해선 수단 방법 염치를 가리지 않는 이런 행태는 레닌 이후 좌파든 우파든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에 젖은 정치집단이 공통적으로 보여 온 특질이다. 민주주의의 운용의 핵심인 권력의 자제, 숙의민주주의를 전혀 체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수준의 집단이 코로나 덕분에 180석을 갖고 있다. 촘촘히 구축해놓은 좌파 이권네트워크도 여전하다. 보수 정부가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온갖 정보가 흘러가 공격거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낡은 보수의 준동, 진짜 인재와 감별하기 쉽지 않은 파리 떼들, 처가 리스크, 상식과 절제를 팽개친 거야(巨野)…. 윤 당선인의 발목을 잡을 지뢰는 도처에 널려 있다.

온갖 불길한 징후들을 기우(杞憂)로 만들기 위해선 대선 당시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의 겸허한 마음을 항상 잃지 말아야 한다. 그게 보수역사상 최초의 전략적 선택으로 똘똘 뭉쳐 독립운동하듯 정권교체를 이뤄낸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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