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관회의 “권순일 화천대유 취업, 재판 신뢰 떨어뜨려” 첫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사법신뢰분과위, 내부의견 정리

전국 판사들의 대표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해 “재판의 공정성,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 저하에 직결된다”며 비판적인 내부 의견을 정리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이 회의체에서 권 전 대법관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법관대표회의는 앞으로도 산하 위원회를 중심으로 권 전 대법관의 화천대유 고문 취업 문제를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혀 법조계에서 권 전 대법관의 처신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 “권 전 대법관 화천대유 취업 부적절”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11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산하 기구인 ‘사법신뢰 및 법관윤리 분과위원회(사법신뢰분과위)’는 권 전 대법관의 화천대유 고문 취업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논의 결과를 제출했다.

사법신뢰분과위는 ‘퇴직 법관의 취업 제한 안건’이란 제목의 보고에서 “올 2월 연구 결과 초안에 ‘법관이 퇴직 직후 재임 시 관여한 사건 당사자 등 사건 관계인과 관련한 직에 취업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 저하에 직결되므로 마땅히 지양돼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권 전 대법관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을 맡아 2020년 7월 무죄 판결에 관여했는데, 퇴임 후 이 재판 기록에 등장하는 화천대유에 취업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뜻이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9월 퇴임한 뒤 같은 해 11월 화천대유 고문직에 취임했고 약 10개월 동안 월 1500만 원씩의 고문료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표면화되자 법관대표회의는 “사법신뢰분과위가 퇴직 법관의 취업 제한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고 밝혔다. 사법신뢰분과위는 지난해 12월 법관대표회의에 권 전 대법관 관련 안건 상정을 검토했지만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논의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논의 착수 4개월 만인 올 2월 사법신뢰분과위의 입장을 정리해 11일 정식으로 의견을 제출한 것이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권 전 대법관이 이 전 지사 재판에서 무죄 의견을 냈는데, 재판에 등장하는 회사라는 것을 알고도 취업한 것은 문제라는 점에 의견이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 다음 회의에 안건 상정될 듯
11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온오프라인 회의 방식으로 열린 올해 첫 전국법관대표회의.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1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온오프라인 회의 방식으로 열린 올해 첫 전국법관대표회의.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화천대유는 이 전 지사 유죄를 선고한 2심 판결문에도 3번 등장하는데, 2심 판결문은 권 전 대법관이 심리한 대법원 상고심에 제출돼 다른 자료와 함께 검토됐다. 권 전 대법관은 또 이 전 지사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과정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대법원 판결 전후인 2019년 7월 16일부터 2020년 8월 21일까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대법원 집무실에서 8차례 만나기도 했다. 사법신뢰분과위는 권 전 대법관 안건을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혀 관련 안건이 다음 법관대표회의 정식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법관대표회의가 11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 논란에 해명을 요청했는데 대법원이 답변을 회피한 것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한 것을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합리적 이유는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판사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법관대표들은 조만간 구성될 법관인사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으고 추가 행동을 검토할 방침이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법관회의#권순일#화천대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