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508일 만에 주먹 세리머니… “호랑이, 서식지로 돌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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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첫날, 1언더파 공동10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7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막을 올린 
마스터스 1라운드 16번홀(파3)에서 9m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지켜보던 관중은 두 
손을 치켜들며 환호했다. 오거스타=AP 뉴시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7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막을 올린 마스터스 1라운드 16번홀(파3)에서 9m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지켜보던 관중은 두 손을 치켜들며 환호했다. 오거스타=AP 뉴시스
“타이거 우즈가 서식지(habitat)로 돌아왔다.”

우즈(47)가 지난해 2월 당한 교통사고 부상을 딛고 1년 4개월여 만에 공식 대회 필드로 복귀한 소식을 전하면서 CNN은 이렇게 표현했다. 늪이 악어의 서식지인 것처럼 우즈에겐 골프장이 그렇다는 의미다. 평소 우즈 역시 “나는 골프장에 있을 땐 숨쉬는 것도 다른 곳에 있을 때와 다르다”고 말해 왔다. 골프 경기를 하고 있을 때 가장 자신감이 넘치고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골프 황제’ 우즈가 7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막을 올린 마스터스 대회를 통해 귀환을 알렸다. 우즈의 공식 대회 출전은 2년 전 이 대회 마지막 날이었던 2020년 11월 15일 이후 508일 만이다. 지난해 12월 PNC 챔피언십에 아들과 함께 출전한 적이 있지만 이벤트 대회였다. 2라운드 대회였고 당시 우즈는 주최 측 배려로 카트를 타고 이동하며 경기를 했다.

7일 핫핑크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 차림의 우즈가 첫 홀 티잉 구역에 모습을 드러내자 갤러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우즈를 보기 위해 오거스타 내셔널을 찾은 4만여 명의 ‘구름 관중’은 우즈가 버디를 잡았을 땐 환호를, 보기를 하면 탄식을 지르는 등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반응했다. ‘명인 열전’이라 불리는 마스터스 대회이지만 이날만은 우즈의 독무대였다. 마스터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2020년엔 무관중으로 치러졌고, 작년엔 입장 갤러리를 라운드마다 1만2000명으로 제한했었다.


이날 우즈는 버디 3개, 보기 2개로 1언더파 71타를 기록하며 참가 선수 90명 중 공동 10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전성기만큼의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6개월 전만 해도 목발 없이는 걷지도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복귀다. 우즈는 작년 2월 교통사고로 오른쪽 정강이뼈가 여러 조각이 났는데 당시엔 다리 절단 수술을 받아야 할지도 몰라 선수 생명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우즈는 이날 300야드가량의 장타를 보여줬고 공식 측정한 2개 홀에선 비거리 평균 288.3야드를 기록했다. 우즈의 최고 전성기로 평가받는 2000년(9승) 당시 티샷 비거리 평균은 298야드였다. 우즈는 6번홀(파3)에서 첫 버디를 잡았다. 16번홀(파3)에서 9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에는 트레이드마크인 ‘주먹 세리머니’도 보여줬다. 우즈는 9번홀(파4)에서 날린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나무 사이로 들어가 버리자 비속어를 내뱉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미국 매체 ‘골프위크’는 “우즈는 예전에도 실수를 하면 그랬다. (욕설은) 정말로 우즈가 돌아왔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모든 게 똑같았지만 교통사고로 다친 다리 통증 때문에 홀 주변에 앉아 그린을 읽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우즈는 이날 약 5시간에 걸친 1라운드 경기를 끝낸 뒤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다. 아드레날린이 샘솟는다”고 했다. 또 “예상대로 아팠다. 걷는 게 특히 쉽지 않았다. 팬들 덕분에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이제 (수술 부위) 부기를 빼려면 얼음 목욕을 해야 한다. 얼어 죽지 않게 기도해 달라”며 웃기도 했다. 우즈는 1997년 당시 22세의 나이로 마스터스 정상에 오르며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 대회에서 모두 5번 우승한 우즈는 잭 니클라우스(82·미국)가 갖고 있는 최다 우승(6회)에 1승만 남겨 놓고 있다.

2020년 이 대회 준우승자인 임성재(24)는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2개를 기록하며 5언더파 67타로 캐머런 스미스(29·호주)에게 한 타 앞선 1위로 1라운드를 끝냈다. 한국 선수가 마스터스 1라운드를 1위로 마친 건 처음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타이거우즈#마스터스#임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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