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시설 철거에 ‘침묵’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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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8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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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2020년 12월 금강산 관광지구의 개발사업 점검을 위해 현지를 찾은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2020년 12월 금강산 관광지구의 개발사업 점검을 위해 현지를 찾은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시설 ‘해금강호텔’ 해체에 대한 우리 정부 공식 입장이 8일 공식 발표됐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대해 여전히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11일 시설 철거 동향이 알려진 이후 벌써 한 달째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019년 10월 금강산을 찾았다. 당시 그는 오랜 관광 중단으로 노후화된 시설 문제를 지적하며 ‘너절한 남측 시설’을 철거하되, 우리 측 관계부문과 합의해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북한은 이후 우리 측에 보낸 통지문으로 ‘2020년 2월까지 남측 시설들을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금강산 관광지구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한 간의 대면 회담을 요구했으나 북한 측에선 응하지 않았고,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의 영향으로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이 때문에 그동안엔 ‘북한이 실제로 시설 철거를 진행하기에 앞서 우리 측에 관련 사실을 통지하거나 협의를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김 총비서의 2019년 10월 지시가 ‘유효’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020년 12월 북한에선 금강산에 대한 내부 방침이 달라진 듯한 동향이 나타났다. 김덕훈 내각총리는 당시 금강산 관광지구를 찾아 이곳 ‘개발’ 사업을 점검한 것이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당시 김 총리는 강원도 고성항 해안관광지구, 해금강 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를 돌아본 뒤 명승지 개발에 대한 ‘당의 구상’을 금강산 관광지구 총개발 계획에 “정확하게 반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또 그는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 사업을 연차·단계별 계획에 따라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북한 측 보도에선 금강산 관광지구 내 우리 측 시설 철거와 관련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 관련 김 총리의 금강산 방문에 즈음에 김 총비서의 ‘남측과의 합의에 따른 시설 철거’ 지시가 ‘합의 없는 철거’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우리 측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총격에 피살된 사건이 발생한 뒤 중단됐다. 남북한은 이후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 총비서 간 세 번째 정상회담을 통해 ‘금강산 관광 정상화’에 합의했으나, 이는 문 대통령 임기 말에 이른 현재까지도 실현되지 못했다.

북한은 2010년 금강산 관광의 중단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면서 우리 정부 자산을 ‘몰수’하고 현대아산 소유 시설들을 ‘동결’ 처리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총비서 금강산 현지지도 뒤인 2019년 11월 “온 세상 사람들이 와 보고 싶어 하는 세계 제일의 명산(금강산)은 명백히 북과 남의 공유물이 아니며, 북남 화해협력의 상징적 장소도 아니다”며 “금강산을 우리 식으로 훌륭하게 개발할 것이고, 거기에 남조선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 등 관련 개발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단 입장을 밝힌 것이다.

나아가 김 총비서 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은 작년 3월 담화에서 “우리(북한)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남한) 당국과는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으므로 금강산 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 역시 당시 북한이 금강산 관광을 남북협력사업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이 현재 해금강 호텔 외의 우리 측 시설 철거에도 나섰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금강산엔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이산가족면회소도 있어 북한이 이들 시설을 일방적으로 철거할 경우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 해금강호텔을 비롯해 현지에 있는 각종 시설들의 재산권 문제 역시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금강산 지역의 전면 재개발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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