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與 법사위 사보임, 검수완박 목적 아닌 것 맞나”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8일 1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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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사·보임 과정에서 같은 당 출신 무소속 의원을 채워 넣은 것을 두고 현직 검사가 의문의 시선을 보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을 위한 것 아니냐는 취지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상대(46·사법연수원 32기)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수완박 추진 관련 상황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글을 올렸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전날 기획재정위원회에 있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로 옮기고, 법사위 소속이었던 박성준 민주당 의원을 기획재정위로 보내는 사·보임을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정권교체 직전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에 필요한 법안을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법안 강행 처리를 막으려 안건조정위원회를 소집해도 결국 더불어민주당 뜻대로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을 두고 이견이 발생하면 여야 동수로 구성해 법안을 심의하는 곳인데, 비교섭단체가 있으면 무조건 1명을 포함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보임으로 법사위에 합류한 더불어민주당 출신 양 의원이 비교섭단체 몫으로 안건조정위에 들어가면 더불어민주당이 수적으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상임위의 비교섭단체 위원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라는 입장이지만 검찰 인사와 제도, 국회 대응을 전담하는 대검 정기과장이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보낸 것이다.

권 과장은 “대검은 민주당 내에서도 검수완박 관련 이견이 존재한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당론 확정 전에 미리 검찰이 외부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국민들께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는 걱정과 일선에 또 다른 부담을 드리지 않겠다는 생각”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사·보임으로 안건조정위의 논의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과거에도 사·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킨 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을 통과시켰다고 지적했다.

권 과장은 “이미 지난해 공수처법, 탄소중립법, 사립학교법, 언론중재법 등에서 비슷한 형태의 사·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됐던 사례가 있다”며 “이번 사·보임은 그 목적이 아니라는 설명을 진심으로 믿고 싶지만, 다른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검수완박을 위해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폐지하는 법안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개국 이래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화시키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도 다수당이 마음을 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과, 별다른 방법도 없이 다시 의원님들에게 사정하고 곱지 않은 민의에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우리 검찰구성원들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고 실무자로서 죄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권 과장은 “이 법안과 심의 절차가 과연 우리 헌법과 국회법이 용인하는 것인지, 우리 가족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상식과 양심이 존중받는 사회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인지 묻는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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