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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박재명]갈피 못 잡는 연금 개혁, 정권 초 범국민 위원회 만들자

입력 2022-04-06 03:00업데이트 2022-04-0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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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세종특별자치시는 지난달 9일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분석할 만한’ 민심이 표출된 곳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세종에서 득표율 51.9%로, 44.1%를 얻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7.8%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충청의 아들’ 기치를 내건 윤 후보는 대전, 충남, 충북 등 충청 전 지역에서 절반 안팎 지지를 받았지만 유독 세종에서만 졌다.

여기엔 공무원 민심이 영향을 미쳤다. 세종 주민 38만 명 중 상당수가 공무원 혹은 그 가족이다. 공무원들이 주로 사는 세종신도시 지역은 이 후보 지지율이 54.7%로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많은 읍면 지역에선 윤 후보 지지율이 51.6%로 다른 충청권 표심과 비슷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박근혜 정부는 2016년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섰다. 공무원 가운데는 이때 지지 정당을 결정했다는 사람이 꽤 있다. 6년 전 일이 여태 투표에 영향을 줄까 싶지만, 당시에도 “이번 개혁 여파가 최소 20년 갈 것”이라는 공무원들의 예측이 적지 않았다.

그때 정부는 공무원들이 연금을 많이 내고(소득월액 7%→9%), 적게 받도록(연금지급률 1.9%→1.7%) 바꿨다. 연금을 받는 나이는 65세로 늦췄다. 연금 기준소득은 ‘퇴직 전 3년 평균’에서 ‘생애 평균’으로 변경했다. 5년 동안 연금액을 동결했다. 비단 연금 문제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공교롭게도 보수 정당은 그 이후 세종에서 치러진 두 차례 대선과 두 차례 총선, 한 차례 지방선거에서 모두 졌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연금 개혁 논의가 진행 중이다. 대선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연금 개혁을 내걸었던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공약인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국민연금 통합안이 논의됐지만 내부 반발이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도 특수 직역연금의 누수를 막는 미봉책이지만, 공무원과 교직원 표가 더 떨어져 나가는 상황이 걱정됐을 것이다.

결국엔 대통령 직속 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연금과 관련된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방향을 검토한다고 한다. 다만 지금까지 그렇게 설치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뚜렷한 성과를 낸 경우가 드물다. 행정적, 정치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2018년 국회에 제출된 국민연금 개혁안은 4년 동안 계류돼 먼지만 쌓이고 있다. 그 사이 국민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액수는 15조∼21조 원 늘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지금이 연금 개혁을 할 적기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새로 출범할 정부에만 정치적 부담을 지운다면 또 5년 동안 허송세월할 수 있다. 만약 위원회를 만든다면 대통령 직속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2017년 ‘탈(脫)원전’을 결정한 공론화위원회 형태가 어떨까. 당시엔 시민참여단 471명이 참여했다.

대통령과 장관, 그동안 연금 개혁 책임을 방기한 여야 정치권 인사와 담당 공무원, 연금 전문가, 연금 받는 노인, 미래에 연금을 낼 청년까지 한데 모여 ‘범국민 연금개혁 비상결정위원회’를 꾸리지 않는 한 연금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이들의 최종 결정을 정부가 수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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