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석]어린이 건강 위한 친환경 통학차 보급 확대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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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 한국어린이안전재단 대표
고석 한국어린이안전재단 대표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가 일상화된 지 2년이 지났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꼬맹이들은 물론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어린 아기들까지 마스크로 얼굴이 덮인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움을 넘어 마음이 아프다. 더욱 속상한 점은 코로나 상황 종식 이후에도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미세먼지가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봄엔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보도 있었다.

미세먼지는 성인보다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 피부 질환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어린이는 면역 체계가 완전히 발달하지 못한 데다 단위 체중당 호흡량이 성인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아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아이들은 도로 통행 빈도도 성인보다 20% 더 많다. 어린이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대기환경 정책 마련이 꼭 필요한 이유다.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통학 차량의 대부분이 ‘경유차’라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2020년 말 기준 경찰청에 등록된 어린이 통학차 8만3000여 대 중 경유차는 88%나 된다. 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인 노후 경유 차량에 어린이들이 장시간 노출되고 있다는 뜻이다. 경유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했을 만큼 위해성이 높다.

어린이의 안전규정에 엄격한 미국은 일찍이 2003년부터 ‘클린 스쿨버스(Clean School Bus)’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 통학 차량의 친환경차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의 천식 예방을 위해 기존 디젤 스쿨버스를 액화석유가스(LPG) 등 친환경 연료차로 교체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한다. 각 주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 덕분에 현재 미국 전역에서 120만 명의 학생들이 2만2000여 대의 친환경 LPG 스쿨버스를 이용해 통학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경유 통학차로 인한 어린이 건강 피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다양한 대책을 펴고 있다. 2023년 4월부터 대기관리권역 내 경유 통학차의 등록이 전면 금지된다. 친환경 LPG 통학차 구입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도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학원, 체육교습업, 아동복지시설 등을 대상으로 대당 7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올해 지원 물량은 6000대 수준이다. 경유 통학차 7만3000여 대가 여전히 운행 중임을 감안하면 친환경 LPG 통학차 보급을 꾸준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LPG 통학차로 전환을 유도하는 이유는 LPG 차가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매우 적게 배출하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LPG 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경유차의 93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LPG 차는 어린이 통학 차량 전용 모델을 선보일 정도로 기술과 안전성이 검증됐다. 충전 인프라도 잘 구축돼 있어 친환경 통학 차량으로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유롭게 숨쉬며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각계각층의 노력이 절실하다. 아이들이 매일 다니는 통학로에서 건강을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아이들에게 답답한 마스크를 씌워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고석 한국어린이안전재단 대표
#어린이 건강#친환경 통학차#보급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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