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컬-오일 전문 글로벌 해운기업… “선택과 집중으로 위기 극복”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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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디엠쉽핑
2000년 설립 후 업계서 급성장… 선주가 직접 운항해 안전성 확보
CDI 검사 시스템 선제적 구축… 전문가 인력 배치 경쟁력 확보

㈜디엠쉽핑 ‘FGRotterdam’호
㈜디엠쉽핑 ‘FGRotterdam’호
국내 수출입 물동량의 99.7%가 해상운송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해운은 자국의 화물 운송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교역을 통해 외화 소득을 창출하는 서비스 수출산업으로서 많은 선진국들은 해운업을 국가 기본 전략산업의 하나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운업은 수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1970년대 이후 다양한 정책과 세계 최고의 조선기술이 더해져 명실상부한 국내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 침체와 2017년 한진해운의 파산 등을 거치며 국내 해운산업은 큰 어려움에 빠졌다. 이후 세계 5위권이었던 상선대 보유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밀리며 장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 속에서 반드시 기회를 찾아내는 전략으로 해운업계의 기지개를 펴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케미컬과 오일 운송용 특수선박을 전문으로 운영하는 중견 해운사 ㈜디엠쉽핑의 이야기다.

부산에 위치한 디엠쉽핑은 2000년 6월 청보해운㈜의 이름으로 설립됐다. 사업 초기에는 단 1척의 7450DWT(재화중량톤수) 소형 탱크선박을 가지고 극동지역에서 크레오소트 오일 등의 액체 석유화학제품의 해상운송 서비스를 시작으로 운용 선박을 차츰 늘리며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이후 2010년,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하고 원활한 운항 일정 관리와 체계적인 해운 시스템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케미컬 해운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디엠쉽핑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정한 국제안전관리 규약(ISM CODE)을 운용하고 있으며 선주가 직접 선박을 운항 및 유지와 관리를 통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디엠쉽핑의 발전과 성장에는 곽민옥 대표의 ‘역발상 경영과 혁신전략’이 주효했다고 입을 모은다. 곽 대표는 해운업에서만 40년가량 실무를 경험한 해운전문가로서 오랜 기간의 승선 경험과 선박을 보는 남다른 안목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장치산업인 해운업은 선박 비용 부담이 커 부채비율이 높다는 것을 역으로 활용하여 선제 투자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곽 대표는 사업 초기인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 곳곳에서 대형 선박 확보에 주력했고 중고 선박을 저렴하게 구매해 복구와 수리를 통해 새 선박 수준으로 완벽히 탈바꿈시켰다. 이후 약 2년간 운용하며 초기 투자 자금을 빠르게 회수해 나갔고 이를 되판 차익으로 선박 크기와 종류를 늘려나가며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간에 해운 선도기업으로 회사를 키워냈다. 이 같은 사례와 방식은 업계에도 모범이 돼 신규 해운사에서 벤치마킹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디엠쉽핑은 소형 탱크선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용선 7척과 자사선 7척을 포함해 총 14척의 선박을 운용하는 중견 해운사로 성장했다. 선대 구성으로는 주요 항로인 극동, 싱가포르, 동남아, 인도, 중동 항로에 적합한 12∼14K 선박 7척과 20K 규모의 초대형 선박 7척으로 이루어졌다.

곽 대표는 “해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기존 SPOT 운항 위주에서 T/C(기간용선) 운항 선박으로 대선을 늘려나가고 있다”며 “최근 도입된 ‘JBU SAPPHIRE호’와 ‘FG REOTTERDAM호’ 역시 TC 운항을 목적으로 들이게 됐다”고 밝혔다. 새로 도입된 두 선박 모두 20K급 초대형 선박으로서 대형 선박을 점점 더 요구하는 시장의 추세에 맞춰 도입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운용되는 이 회사의 모든 선박은 스테인리스 합금 재질로 돼 있어서 고순도의 화학제품 운송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한편, 디엠쉽핑은 거래처인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CDI(Chemical Distribution Institute) 검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국제 기준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선박과 선원 관리의 시스템은 전 임직원이 유조, 케미컬 탱커선에서 선장, 기관장, 항해사, 기관사로 다년간의 승선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로 배치하여 경쟁력을 높였다. 30여 명의 본사 직원들 역시 꾸준한 교육과 각종 MAJOR 검사를 통해 해운의 경영지원에 조력하고 있다. 곽 대표는 “해운업 종사자들은 국제해사기구의 새로운 규제, 글로벌 얼라이언스 재편 등 해운업계의 최신 이슈 등을 빠르게 수집하고 배우는 자세를 항상 견지해야 한다”며 임직원 교육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해양대 대학원 기관시스템공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곽 대표는 실무와 이론을 접목하며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000억 원 달성… “국내 해운업계 재도약 희망”


㈜디엠쉽핑 곽민옥 대표 인터뷰

“해운업계에 입문한 당시부터 지금까지 수십년간 쌓아나간 해운 기술력과 노하우가 회사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고객만족을 위해 메이저 인스펙션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이익과 효율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노력했습니다.”

곽 대표는 ‘선택과 집중’ 경영철학으로 해운업 한우물만 우직하게 파온 경영인이다. 지속성장을 목표로 그는 현장에서 답을 찾고 늘 배우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디엠쉽핑은 어려운 해운업계 현실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 1000억 원을 넘기며 우상향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곽 대표의 마음은 마냥 좋지만은 않다. 이유는 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 전문가로서 현재의 국내 해운 위기 극복 방법을 묻자 곽 대표는 “해운업계의 재도약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글로벌 경기 등 외부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현재 정부의 정책과 지원 등을 최대한 활용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2018년 7월 설립된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에서도 많은 지원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디엠쉽핑은 최근 선박을 도입하는 데 있어 해진공의 지원 사업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곽 대표는 “해진공 지원을 통해 선박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해운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곽 대표는 40여 년간 해운업에 종사하며 인사정책, 선박 관리 등의 효율을 끌어올린 점과 경영혁신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열린 ‘대한민국 중소벤처기업 대상’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글로벌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곽 대표는 “바다는 생업을 넘어 인생에도 많은 교훈을 주는 터전”이라며 “업계의 자성적인 노력과 저력이 있어서 해운업의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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