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구단주’ 아브라모비치는 왜 우크라 협상 전면에 나섰나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30일 1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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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전 구단주로 알려진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아브라모비치가 협상 주역으로 부상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는 이날 오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5차 평화협상에 참석했다.

아브라모비치는 협상 시작 전 환영 연설차 협상장을 찾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환담을 하기도 했다.

아브라모비치가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이례적인 일로, 아브라모비치는 그간 ‘’은둔의 재벌‘을 자처하며 대중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브라모비치는 최근 몇 년간 정치적 야망이 없는 은퇴한 사업가로 자신을 포장해왔으며, 문화 후원이나 호화 생활로만 대중에 알려졌다. 모스크바 미술관, 극장, 식당 등에서 목격되는 일이 있었지만, 유명세를 싫어해 인터뷰도 거부해왔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거리를 뒀으며, 지난해 말에는 자신이 푸틴 대통령 요청으로 첼시를 인수했다고 주장한 영국 언론인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에서 아브라모비치 측 변호인은 “푸틴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도 푸틴 대통령과 거리를 유지해온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건 뜻밖이라는 시각이다.

우크라이나 대표단 측 한 소식통은 현지 매체에 “아브라모비치는 중립적인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아브라모비치의 주 임무는 우리 입장을 (푸틴에게) 인간의 언어로 전달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아브라모비치는 이달 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진행된 비공개 평화협상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이 과정에서 아브라모비치가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을 보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브라모비치가 비공식 채널에서 우크라이나와 적극 협상에 나서는 배경엔 러시아 측 공식 협상단이 실질적인 영향력이 떨어지는 2급 관리들로 구성된 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저명 언론인 예브게니야 알바츠는 “푸틴은 비공식 루트를 찾고 있다”며 “푸틴은 공개된 건 믿지 않으며, 모든 건 다소 음모적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측도 아브라모비치를 최소한 푸틴 대통령에게 협상 과정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대화 상대로 여기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브라모비치가 우크라이나에 투자를 제안한 올리가르히 중 한 명으로, 인도적 통로 개설 협상에도 관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 한 소식통은 아브라모비치는 최근 한 달간 젤렌스키 대통령과 키이우에서 두 차례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다고 전했으며, 다만 우크라이나 측에 의해 확인되진 않았다.

아브라모비치가 서방 제재를 피하고 자신의 사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중재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알바츠는 “(올리가르히들이) 빌라, 요트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이라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한편, 그저 가정부에게 줄 돈이 없을까 봐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고 비판했다.

아브라모비치가 중립적인 중재자를 자처한다 해도, 결국 푸틴 대통령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 적수 알렉세이 나발니의 한 측근은 “아브라모비치는 푸틴 정권의 최대 후원자 중 한 명으로, 러시아 정부가 완전히 조정하고 있다고 100% 확신한다”며 “푸틴의 꼭두각시로 22년간 살다가 갑자기 그만둘 순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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