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행 아파트 리모델링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도이다. 건설 선진국에서는 노후 건물이나 아파트의 배관 교체, 내외부 마감 등 일부를 수리하는 공사를 리모델링이라 하는데 국내에서는 골조 일부만 남기고 수평 증축이나 수직 증축을 전제로 대대적인 공사를 하기 때문에 리모델링이란 용어부터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다.
수평 증축하는 아파트 리모델링의 경우에는 복도식 아파트를 계단식 아파트로 바꾸고 엘리베이터 홀을 설치하기 위해 벽식 구조 아파트의 구조벽을 약 30% 철거한 뒤 보강작업을 해야 한다. 또 지하를 깊이 파서 주차장 공사도 해야 한다.
비용 측면에서도 리모델링은 경제적이지 않다. 많은 부분을 철거해야 하고 보강 공사를 해야 하므로 신축보다 공사비가 많이 들 수도 있고 공사 기간도 신축과 별 차이가 없다. 철거 과정에서 과다한 폐기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공사 관리다. 아파트 같은 대규모 물량 공사는 공사 관리가 쉽지 않은 데다 건축기사들이 하청업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의 품질·안전 수준은 하청업체나 기능공의 수준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 또 시공사가 감리업체를 좌지우지하므로 제대로 된 감리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만일 이들 건설 주체들 중 어느 한쪽이라도 현장 관리를 소홀히 해서 관리가 제대로 안 될 경우에는 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증가하는 이유는 ‘용적률 게임’ 때문으로 재건축 요건이 안 돼 재건축의 대안으로 등장한 측면이 크다. 용적률 상향으로 면적을 늘리고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으므로 주민들은 관련 회사들과 함께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기 쉽다.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시범 단지를 우선 실시해 본 후 제반 문제점을 검토하고 서서히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가와 사업 기간, 아파트 성능 및 품질 확보와 관련된 리스크 요인 등을 감안해 정부가 리모델링 확대 정책을 일괄적으로 펴기보다 관련 제도를 다각도로 연구하고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