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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아파트 리모델링, 득보다 실이 클 수도[기고/김종훈]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입력 2022-03-30 03:00업데이트 2022-03-30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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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최근 재건축보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에서 현재 46개 아파트 단지 2만5000여 채에 대한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다. 2025년까지 약 1만3000채의 아파트가 리모델링으로 지어질 것이라 한다. 건설사들은 관련 사업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정부도 리모델링 활성화를 장려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행 아파트 리모델링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도이다. 건설 선진국에서는 노후 건물이나 아파트의 배관 교체, 내외부 마감 등 일부를 수리하는 공사를 리모델링이라 하는데 국내에서는 골조 일부만 남기고 수평 증축이나 수직 증축을 전제로 대대적인 공사를 하기 때문에 리모델링이란 용어부터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다.

수평 증축하는 아파트 리모델링의 경우에는 복도식 아파트를 계단식 아파트로 바꾸고 엘리베이터 홀을 설치하기 위해 벽식 구조 아파트의 구조벽을 약 30% 철거한 뒤 보강작업을 해야 한다. 또 지하를 깊이 파서 주차장 공사도 해야 한다.

수직 증축은 낡은 아파트에 3개 층을 얹기 때문에 기초 보강과 구조체 보강에 힘써야 하는 등의 난제가 따른다. 수평 증축을 위해 20년 이상 된 구조물에 새로운 구조물을 결합할 경우 구조물 간 콘크리트 강도와 수축 차이 등으로 침하나 이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 건물의 낮은 층고와 얇은 슬래브로 인한 층간 소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수평 증축은 아파트 폭이 깊어져 환기나 채광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비용 측면에서도 리모델링은 경제적이지 않다. 많은 부분을 철거해야 하고 보강 공사를 해야 하므로 신축보다 공사비가 많이 들 수도 있고 공사 기간도 신축과 별 차이가 없다. 철거 과정에서 과다한 폐기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공사 관리다. 아파트 같은 대규모 물량 공사는 공사 관리가 쉽지 않은 데다 건축기사들이 하청업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의 품질·안전 수준은 하청업체나 기능공의 수준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 또 시공사가 감리업체를 좌지우지하므로 제대로 된 감리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만일 이들 건설 주체들 중 어느 한쪽이라도 현장 관리를 소홀히 해서 관리가 제대로 안 될 경우에는 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증가하는 이유는 ‘용적률 게임’ 때문으로 재건축 요건이 안 돼 재건축의 대안으로 등장한 측면이 크다. 용적률 상향으로 면적을 늘리고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으므로 주민들은 관련 회사들과 함께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기 쉽다.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시범 단지를 우선 실시해 본 후 제반 문제점을 검토하고 서서히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가와 사업 기간, 아파트 성능 및 품질 확보와 관련된 리스크 요인 등을 감안해 정부가 리모델링 확대 정책을 일괄적으로 펴기보다 관련 제도를 다각도로 연구하고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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