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탈탄소 보드카-향수… 윤리적 소비는 불편? 편견 깨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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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탈탄소’ 기술 보유 스타트업 에어컴퍼니의 성공 비결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친환경 스타트업 ‘에어컴퍼니’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에탄올로 변환하는 특허 기술을 다양한 
실생활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사진은 에어컴퍼니가 생산 중인 향수 ‘에어퍼퓸’, 증류주 ‘에어보드카’, 손세정제 
‘에어스프레이’(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에어컴퍼니 제공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친환경 스타트업 ‘에어컴퍼니’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에탄올로 변환하는 특허 기술을 다양한 실생활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사진은 에어컴퍼니가 생산 중인 향수 ‘에어퍼퓸’, 증류주 ‘에어보드카’, 손세정제 ‘에어스프레이’(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에어컴퍼니 제공
2019년 미국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탈탄소 보드카’가 세상에 공개되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대기 중 탄소를 에탄올로 전환시키는 독자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에어컴퍼니가 만든 ‘에어보드카(Air Vodca)’였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되는 증류주’라는 이들의 제품 콘셉트와 브랜드 스토리는 빠르게 언론과 대중을 매혹시켰다. 사람들은 기후변화나 지구 온난화, 탈탄소와 같은 무겁고 심각한 키워드를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마시기 마련인 술과 연결한 신선한 시도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냈다. 에어컴퍼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까지 뉴욕 시내 주류 판매처 60곳과 전속 판매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업계에선 에어컴퍼니의 강점 중 하나로 ‘선한 의지를 가진 기술을 상업성 높은 제품으로 구현했다는 점’을 꼽는다. 친환경을 표방한 기업 중 상당수는 명분에만 집착한 나머지 소비자들에게 만족할 만한 상품성을 확보해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40호(2022년 3월 1호)에 실린 미국 스타트업 에어컴퍼니의 성공 비결을 요약해 소개한다.

○ 친숙한 제품, 기술과 소비자의 간극 좁혀
일반적인 보드카는 곡물을 수확하고 운반한 뒤 발효시켜 얻은 알코올을 증류해 만든다. 이 과정에서 보드카 한 병은 약 6kg(13파운드)의 온실가스를 생성한다. 반면 에어보드카는 한 병을 생산할 때마다 일정량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 식물의 광합성과 동일한 원리를 기반으로 한 특수 공정을 통해 공기 중 탄소를 에탄올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은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해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즉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생산 과정이다.

에어컴퍼니는 지속가능한 삶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실천을 방해하는 장애 요소를 해소하고 ‘윤리적 소비는 어렵고 불편하다’는 소비자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어컴퍼니는 에어보드카 외에도 자사 특허 기술을 활용한 향수와 손 세정제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탈탄소 제품은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그레고리 콘스탄틴 에어컴퍼니 대표는 DBR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제품을 활용하는 것이 기후변화라는 큰 담론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교육시키기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컴퍼니는 보드카 자체의 품질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 알코올 도수(ABV) 40%인 에어보드카는 2019년 ‘럭셔리 마스터스(Luxury Masters)’를 비롯해 권위 있는 국제 주류 시음 대회에서 수차례 유명 글로벌 주류사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에어컴퍼니 측은 “물과 이산화탄소, 열에너지로만 제작해 맛을 떨어뜨리는 다른 화합물을 쓰지 않는 데다 자체적으로 합성하는 에탄올의 순도 품질이 탁월해 상품성의 핵심인 맛 측면에서 경쟁 우위에 놓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 지속가능한 브랜드 포지셔닝
대다수 친환경 기업은 친환경적인 제품 제작에만 의존해 정작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기능성, 심미성, 사용성과 같은 요소는 배제하기 일쑤다. 지금껏 소비자들 역시 의미 있는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움이나 미적 요소를 포기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에어컴퍼니는 선한 소비를 지향하는 제품도 다른 제품들과의 경쟁에서 뒤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에어컴퍼니는 깨끗한 공기와 산소를 모티브로 한 보드카 병 디자인을 채택하고 100% 재사용 및 재활용 가능한 패키지를 고안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에어보드카의 종이 라벨은 국제삼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받은 맞춤형 천연 무독성 접착제로 부착돼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이 덕분에 다 쓴 공병은 가정에서 물병이나 꽃병, 촛대로 재활용될 수 있다. 디자인 역시 브랜드명이나 제품명보다는 증류주 자체에 집중하도록 한 결과, 단순하고 현대적인 콘셉트의 결과물을 얻게 됐다. 이렇게 탄생한 에어컴퍼니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은 패키지 디자인계에서 저명한 어워드로 꼽히는 ‘더 펜타워즈(The Pentawards)’에서 디자인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탄소 포집 및 저장, 활용 기술은 경제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오래 유지되기가 어렵다. 포집 및 전환을 위한 설비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아 초기 투자 비용이 크다. 에어컴퍼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공격적으로 공장과 사업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형화를 통해 생산 비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자들에게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회사 측에 따르면 마진이 낮은 편인 주류 제품에서 수익을 올리거나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려면 현재의 100배 이상 규모로 화학 생산 시설을 건설해야 한다. 에어컴퍼니는 투자금과 제품 판매 금액 수익, 정부와의 계약 체결 및 보조금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향후 2년 안에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본다. 에어컴퍼니는 에탄올을 주로 사용하는 기업들이 탄소 제거 방식으로 제조 공정을 전환한다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콘스탄틴 대표는 “다른 산업에서도 나선다면 이 같은 제조 공정을 채택해 생산 및 판매 비용이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며 “더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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