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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반려동물이든 아니든,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해

입력 2022-03-30 03:00업데이트 2022-03-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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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다시 희망으로]동물권행동 카라
개 도살장에서 구조한 올리버 이야기
올리버는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길 즐기는 평범한 개다. 테라스를 좋아해 밥도 마다하고 테라스만 지켜보고 자신을 쓰다듬으라며 은근하게 사람의 품으로 파고든다.

올리버의 나이는 3세로 추정되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름도 나이도 알 수 없었다.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전진경)가 지난해 8월 불법 개 도살장을 고발하며 개 도살장에서 구조해낸 다른 개들과 마찬가지였다. 구조 당시 올리버의 목에는 낡고 더러운 목줄이 채워져 있었고 이는 도살장에 오기 전 ‘가족’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구조 과정에서도 순했던 올리버는 누군가 기르다 유실했거나 혹은 개 농장에 버린 것으로 보였다.

개식용 산업의 불법 천태만상

국내 반려동물 인구는 1500만 명에 달하고 개는 대표적인 반려동물에 속한다. 한편으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최소 3000여 곳 개 농장에서 사육된 개들 중 연간 100만 마리 이상이 불법 개 도살로 희생되고 있다. 1978년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개가 제외돼 적법한 도살이 불가해진 이래 개식용 산업은 기형적으로 존속해 왔다. 2020년 대법원은 개 도살과정을 동물학대로 인정해 유죄로 판결했고 현재 개의 불법적인 도살은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다.

현행 식품위생법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해석에 의해서도 개고기는 명백히 식품의 원료가 아니다. 식품위생법 제7조에 따른 식품공전에는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를 정하고 있으나 개는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 2018년 동물권행동 카라는 식품공전과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규정을 위반한 채 기준 없이 개고기가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입장을 질의했고 식약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 상 가축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고 개고기를 식품의 원료로 인정하고 있지 않으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개 농장을 지탱해 온 한 축인 음식물류 폐기물의 개 농장 유입도 문제되고 있다. 일부 개 농장의 경우 기준 준수 여부와 무관하게 폐기물 처리업 신고 후 음식물류 폐기물을 개들에게 급여하고 있어 이는 동물학대 문제뿐만 아니라 인수공통전염병 발생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개식용 종식,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사회적 요구

과거 개를 식용하던 홍콩, 대만, 필리핀, 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개 식용을 제한, 금지하는 법적 조치를 취했다. 2020년 중국 자치 시인 선전시에서는 개를 가축법상 가축·가금 목록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발표하며 개식용을 금지했다. 인도 나갈랜드에서도 개고기 식용 판매와 소비를 금했다.

국내는 역사의 변화 속에 개 식용 종식을 향한 사회적 요구와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2016년 성남 모란시장은 환경정비 업무협약으로 살아있는 개의 진열과 개 도살이 중단됐으며 2018년 모란시장 인근에 있던 국내 최대 규모의 태평동 개 도살장이 영구 철거됐다. 2020년에는 부산 구포 개시장이 완전 폐업했다.

작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검토 발언을 시작으로 12월 시작된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 활동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전진경 대표는 “사회적 약자인 동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동물보호 정책 수립은 국가 책무”라며 “그중에서도 불법성이 분명한 개식용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행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서연 기자 sy00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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