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분’ 文·尹 만찬 회동…역대 당선인 회동은 어땠나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28일 2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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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은 28일 대선 후 첫 회동에서 2시간 51분 간 정권 인수인계 방안 등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5시59분부터 오후 8시50분까지 총 171분 간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역대 대통령-당선인 회동 시간으로는 최장 시간이다.

이날 회동에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외에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각각 배석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만찬 회동은 대선 19일 만에 이뤄진 역대 최장 ‘지각 회동’으로, 논의 의제 외에 회동 시간, 장소 등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쏠렸다.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다섯 차례 이뤄진 역대 대통령-당선인 간 회동은 주로 청와대 백악실 또는 청와대 관저를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상춘재(常春齋)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국내·외 주요 외빈을 맞이하거나 여야 정당대표 회동 자리에 전통한옥 공간인 상춘재를 활용해왔다.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방한, 여야 대표 회동, 기업인 초청 간담회 등 주요 일정을 상춘재에서 소화했다.

반면 과거 당선인 회동 장소로 활용됐던 백악실은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 등의 행사에서 사후 환담 장소로 주로 이용했다.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만찬 정도만 백악실에서 이뤄졌다.

이날 만찬 회동의 장소로 상춘재를 택한 것은 협치와 윤 당선인을 예우한다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다만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2017년 9월 문 대통령의 여야 5당 대표 초청 만찬 회동 당시 대통령 기록물 녹음이 이뤄지지 않은 상춘재에서 회동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참석을 거부한 곳이기도 하다.

◆MB·朴, 50분 차담 회동…양측 배석·단독 순차 진행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9일 만인 2012년 12월2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처음 만났다. 이 전 대통령은 박 당선인과 오후 3시부터 50분 간 청와대 백악실에서 차담회(茶??) 형식의 회동을 가졌다.

이전까지의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 사례에 비춰봤을 때 오·만찬 회동이 아닌 차담회 형식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회동 첫 10분은 양측 배석자와 함께 당선 축하 등 덕담을 나눴고, 나머지 40분 간은 배석자를 물린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하금열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선인 측에서는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양측은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예산 처리 방안을 포함해 국정 인수인계 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 전 대통령과 박 당선인은 정권교체를 보름 가량 앞둔 이듬해 2월12일 청와대 백악실에서 한 차례 더 만났다.

북한의 3차 핵실험 감행에 따른 긴급 회동 형태였다. 배석자 없이 진행된 회동에서 이 전 대통령과 박 당선인은 북한의 핵실험이 국제사회 고립을 자초한다며 정부 이양기 일관된 대북정책 유지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盧·MB, 1차 배석자 만찬 회동…2차 회동 靑 관저서 비공개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선 9일 만인 2007년 12월28일 청와대 이명박 당선인과 첫 회동을 했다. 첫 회동은 양측 배석자들과 청와대 백악실에서 총 130분 간 만찬 회동 형태로 진행됐다.

당시 청와대 측에서는 문재인 비서실장과 천호선 홍보수석 겸 대변인이 배석했다. 이 당선인 측에서는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과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이 배석했다. 첫 회동에서는 정권 인수인계 방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문제, 이라크 파병 연장안, 부동산·교육 정책등 의제가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노 전 대통령 퇴임 일주일 전인 2008년 2월18일 청와대 관저에서 열린 두 번째 회동에서는 기류가 확 바뀌었다.

이 당선인은 통일부·여성가족부·과학기술부·해양수산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편안 공포를 요구하며 갈등을 빚었다. 이후 이 당선인이 노 전 대통령의 기록물 이관을 불법 기록반출로 규정하고 관계자들을 고발하면서 양측 갈등이 폭발했다.

◆DJ·盧, 1차 비공개 오찬…2차 회동 靑 관저서 부부동반 만찬

안정적 정권 계승 구도 속에서 이뤄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당선인의 회동은 대선 나흘 만인 2002년 12월23일 처음 이뤄졌다. 김 전 대통령과 노 당선인은 청와대 백악실에서 약 90분 간 배석자 없는 오찬 회동을 가졌다.

당시 청와대 측에선 박지원 대통령 비서실장, 조순용 정무수석, 박선숙 공보수석이, 당선인 측에서는 신계륜 당선인 비서실장, 이낙연 당선인 대변인이 짧은 사전 환담을 나눈 뒤 물러나며 오찬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시 회동 말미에 김 전 대통령이 연말을 계기로 한 부부동반 만찬 회동을 제안하며 두 번째 회동 자리가 마련됐다.

대신 해를 넘겨 신년 인사회 성격으로 성사됐다. 노 당선인과 권양숙 여사는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초청 형식으로 2003년 1월3일 청와대 관저에서 부부동반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YS·DJ, 배석 없는 오·만찬 8회…全·盧 사면합의, 회동 정례화도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김대중 당선인(DJ)은 대선 이틀 만인 1997년 12월20일 청와대 백악실에서 첫 회동을 가졌다. YS와 DJ는 양측 배석자를 물리고 65분 간 진행된 비공개 오찬 회동 결과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복권 등 6개 합의 사항을 전격 발표했다.

당시 회동 장소 바깥에 대기 중이던 신우재 청와대 대변인과 정동영 국민회의 대변인은 김 당선인의 구술을 옮기는 방식으로 6개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정권 인수인계와 국제통화기금(IMF) 합의 각서 이행 협조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YS와 DJ는 첫 회동 9일 만인 1997년 12월29일 청와대 관저에서 130분 간 만찬 회동을 추가로 가졌다. 두 번째 회동은 YS 초청으로 부부동반 만찬 회동 형태로 이뤄졌다. YS와 손명순 여사, DJ와 이희호 여사 4명의 비공개 만찬은 부부동반 첫 회동이었다. 당선인 부부에게 관저를 개방한 것도 첫 사례였다.

YS와 DJ는 두 번째 회동에서 매주 화요일 오전 9시 대통령과 당선인 정례회동 등 5개 합의사항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후 6차례 회동이 더 이뤄져 총 8차례 대통령-당선인 회동이라는 최다 기록을 남기게 된다.

◆노태우·YS, 대선 3일 만 오찬 회동…새해 인사 겸해 추가 회동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당선인은 대선 3일 만인 1992년 12월21일 청와대에서 첫 오찬 회동을 했다. 새 정부 출범에 앞서 구체적인 정권 인수인계 절차 협의와 정부 이양 과정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상견례와 당선 축하를 겸한 첫 회동은 비교적 빨리 성사됐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대통령은 김 당선인과의 첫 회동 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대선 과정에서의 분열된 민심 수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당선인은 민주자유당 후보로 출마했던 대선 과정에서 당시 노태우 정부를 겨냥해 ‘물정부’라고 원색 비난했었다. 직전 14대 총선 패배의 책임을 노태우 정부로 돌리며 연일 차별화를 꾀하던 것의 연장선상이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대선 3개월 전 민자당을 탈당하고 중립내각을 구성하며 김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웠었다.

둘은 이듬해이던 1993년 1월5일 새해 인사를 겸해 한 차례 더 오찬 회동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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