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질 혁신 이룬 올레드EX, 세상에 못 나올 뻔했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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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밝힌 개발 스토리
안정성 높일 중수소 기술 연구 착수…자연계 거의 존재 안해 산업화 난항
해수서 중수소 추출 협력사들 발굴…공급망 확보하고 원가 부담 최소화
2분기 양산… 스마트폰에 적용 검토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말 공개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올레드 EX’. 발광 소자의 수소를 경수소에서 중수소로 바꿔 기존보다 화면 밝기를 30% 높이고, 베젤(테두리)은 30% 줄였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말 공개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올레드 EX’. 발광 소자의 수소를 경수소에서 중수소로 바꿔 기존보다 화면 밝기를 30% 높이고, 베젤(테두리)은 30% 줄였다. LG디스플레이 제공
“연구를 시작하자마자 엎어질 뻔했습니다. 이게 사업성이 있겠냐는 얘기가 매일 나왔죠. 우선 연구개발 차원으로 천천히 해보자고 했어요. 아이디어가 틀린 건 아니었으니….”

LG디스플레이 대형 소자개발TF의 김태식 수석연구위원(상무)은 2017년 처음으로 ‘중(重)수소’의 산업화 연구를 시작했을 당시 상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중수소 연구를 시작한 이유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핵심인 유기물을 구성하는 원소 중 ‘경(輕)수소’를 두 배 무거운 중수소로 대체할 경우 안정성이 높아지고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희소성이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소 가운데 중수소는 해수 등에 포함된 0.015%뿐, 나머지는 모두 경수소다. 희소성 탓에 중수소는 산업계에서는 전혀 쓰이지 않았고 학계의 화학 연구 등 한정된 영역에서만 사용됐다. OLED 패널에 탑재되는 유기물에 사용할 수 있도록 중수소를 추출해 공급할 수 있는 협력업체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투자하더라도 근시일 내에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우선 연구는 계속됐다. ‘아이디어 자체는 옳다’는 연구팀의 믿음에 경영진도 신뢰를 보냈기 때문이다. 처음 연구를 시작한 지 8개월가량 지났을 무렵 유기물의 경수소를 중수소로 대체하는 실험에서 같은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연구에서 가능성을 확인하자 산업화에도 속도가 붙었다. LG디스플레이는 해수에서 중수소를 추출해 공급하는 협력업체를 다수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확보한 중수소 공급망과 기술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 EX’를 개발했다. 올레드 EX는 ‘발광층’ 등 전체 유기물의 약 5%만 경수소를 중수소로 바꿨을 뿐인데 기존 디스플레이 패널보다 성능은 30% 이상 개선됐다. TV 화질에 큰 영향을 주는 휘도(화면 밝기), 색 표현 등이 대폭 개선됐고 유기물 구조의 안정성이 높아져 화면 테두리(베젤)도 더욱 얇아졌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한 덕에 원가 부담을 최소화했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4∼6월)부터 경기 파주시,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대형 올레드 EX 패널 양산에 들어가 20개 글로벌 TV 제조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소형 올레드 패널에도 중수소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 패널에 사용되는 유기물의 경수소를 100% 중수소로 대체한다면 성능은 두 배가량 개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lg디스플레이#올레드 ex#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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