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필요하다[기고/이윤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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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수사학자
이윤재 수사학자
대통령은 국가의 운명을 종말 단계에서 결정하는 단 한 사람의 고독한 터미네이터다. 결정은 신중·신속해야 한다. 해리 트루먼은 ‘대통령직은 지옥’이라고 했다. 외신은 3·9대선을 ‘Too Close to Call(판정하기 어려운 박빙)’이라고 했다. 의석수는 제1당이 172석, 제2당이 110석, 그 외 합계가 18석이다. 여야는 ‘입법품앗이’(logrolling·북미 개척기 통나무를 굴려 각 가정으로 운반했던 벌목꾼들의 품앗이에서 유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이 승자독식, 패자전몰의 다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협의제 민주주의다. 고대 로마 공화정에서도 협치를 했다. 집정관(consul)은 ‘원로원과 협의(consultation)하는 자’라는 뜻이다.

윈스턴 처칠은 바이런의 시 ‘청동기 시대’의 한 구절을 빌려 1940년 5월 13일 ‘피·수고·눈물·땀’ 연설을 했다. 6월 14일 독일군이 파리에 무혈입성하자, 18일 하원에서 외친다. “이 재앙의 서곡이 된 지난 몇 해 동안의 정부와 의회의 처신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많다. 어리석은 처사다. 과거와 현재를 갖고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 현 정부는 모든 정당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통합하기 위해 조직되었다.”

갈라치기가 아닌 통합이 ‘총리 지도력’이라는 것을 그는 인식했다. 1943년 말 루스벨트·처칠·스탈린의 테헤란 회담에서 스탈린은 독일의 전쟁 도발을 영원히 억제해야 한다고 했다. “독일군 전체 병력은 약 5만 명의 장교에 달려 있소. 전쟁이 끝날 때 일망타진하여 5만 명 모두를 총살하면 독일의 군사력이 소멸할 것이오.”(스탈린) “영국은 대량 처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오. 차라리 나 자신이 지금 당장 정원으로 끌려나가 총에 맞겠소.”(처칠) 처칠은 과도한 청산을 경계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국정 운영 기술 소유자였으며 전략가였다. 1850년 ‘도망 노예 송환법’에 찬성한다. 그런데 1863년 1월 1일 ‘노예 해방 선언’을 한다. 연방을 유지하기 위해 노예 해방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미국 전역이 아닌 남부에만 해당하는 선언이었다. 이것이 급소에 일격을 가하는 전략이었다. 남부의 경제는 목화산업이 주종(主宗)이었다. 이는 노예 노동에 의존했다. 선언은 남부의 군사·경제 기초를 파괴했다. 남부의 노예들이 속속 북부로 도망쳤다. 그중 20만 명의 흑인들이 북군에 입대해 남군에 총부리를 겨누었다. 북군의 우세가 확실해졌다. 오늘날 미연방은 링컨 덕이다. 링컨은 라이벌을 친구로 만들어 버리는 높은 감성지능 소유자였다. “아프리카로 고릴라를 잡으러 갈 필요가 없다. 일리노이 스프링필드에 고릴라가 있다”고 자신을 놀렸던 에드윈 스탠턴을 국방장관에 기용했다.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누군가가 노새 한 마리를 선물하자,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노새를 다룰 줄 모른다. 의사당에 수백 마리의 노새(민주당 의원)가 있다.” 취임 초 100일 동안 만남의 자리를 49회 마련해 상하원 의원 총 535명 중 467명을 만났다. 한국의 대통령은 명칭에 충실해지려는 듯 군림도 하고 통치도 하는 선출된 군주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하지만 ‘대통(great command)’ 아닌 ‘대통(greatly effective communication)’이 진정한 대통령의 지도력이다.

이윤재 수사학자
#대통령#고독한 터미네이터#지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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