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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새 정부 방역 성공하려면 ‘정치방역’ 유혹 떨쳐내야[광화문에서/유근형]

입력 2022-03-23 03:00업데이트 2022-03-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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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이 크게 엇갈리는 방역 지표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률이 그렇다. 2020년 1월 코로나19 국내 유입 후 2년 2개월 동안 한국에선 1만 명당 약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프랑스, 영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이 수치를 근거로 ‘K방역’의 성과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분석 기간을 좁혀서 보면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오미크론 정점 부근인 최근 1주일 사망률만 따져 보면 영국의 3배, 프랑스의 2배에 이른다. 의미 있는 방역조치가 거의 해제된 미국보다도 높다. 방역 우등생 대한민국의 성적이 막판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위드코로나’ 전환 즈음부터 K방역이 급격히 길을 잃었다고 입을 모은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방역’의 유혹에 빠지면서 비과학적 비합리적 결정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어떤 방역이 확진자와 사망자를 줄일 것인가’보다는 ‘어떤 조치가 표심을 얻는 데 유리할까’가 의사결정에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11월 위드코로나 과정에서 ‘단계적 전환’을 주장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묵살된 것이 대표적일 것이다. 올해 들어 오미크론 정점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최근 수차례 방역 완화도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됐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정점은 최대 하루 확진자 3만 명이고, 10만∼20만 명 예상은 비관적인 사람들의 의견”이라고 했지만, 62만 명대까지 치솟았다. 장례식장과 화장장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세상과 이별했다.

누가 봐도 이상한 결정이 가능했던 건 비정상적인 의사결정 구조 탓이다. 정부는 2∼3주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조정하며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열었다. 지난해 첫 출범 당시엔 구체적 실행계획을 만드는 기구를 지향했지만, 형식적 의견 수렴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종 결정은 결국 국무총리와 관계 부처 장관이 모인 비공개 회의에서 결정되곤 했다. 한 일상위 위원은 “코로나 초기 자문기구인 ‘생활방역위원회’는 정부도 무시하지 못했는데, 최근 일상위는 비대면으로 전환되며 하나 마나 한 회의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새 방역체계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정치방역의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 방역정책을 통해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거나, 다가올 선거에서 득을 보겠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예컨대 5월 10일 취임사에서 “곧 마스크를 벗자”와 같은 선언적 방역전환 메시지를 남발하지 않아야 한다. 설익은 구호보다는 후보 시절 강조한 ‘과학 방역’의 세부 내용을 차분하게 점검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코로나특위를 총괄하는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단기간에 정치적 성과를 내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안 위원장의 그립이 강해질수록 제2의 정치방역 논란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 과도한 K방역 레토릭이 집권 말 오히려 독이 됐던 현 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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