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말4초’ 병상 대란 우려…먹는치료제, 제 역할 해낼까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22일 07시 30분


코멘트
오미크론 대유행의 확산세가 이번주에는 꺾일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달 말부터 4월 초까지 위중증 환자가 대거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방역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의료계에서는 델타 변이로 인한 유행 당시와 같은 병상 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역 당국은 대량 검사와 조기 진단, 먹는 치료제를 적극 처방해 위중증 환자 발생을 최대한 막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코로나 비상대응특별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한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22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최대한 먹는 치료제를 많이 공급하고 고위험군 패스트트랙을 만들어 빨리 진단·치료해야 중환자가 적게 생긴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현재 팍스로비드가 부족하니 라게브리오나 다른 신약을 적극 도입해 고위험군에 집중 투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는 21일 0시 기준 1130명으로, 지난 8일부터 꾸준히 1000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델타 변이가 유행하던 지난해 겨울에는 12월15일 7848명으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을 당시 약 2주 뒤인 12월29일 최대 1151명의 위중증 환자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11월4일부터 12월28일까지 약 두 달간 하루 이상 병상을 배정받지 못하고 자택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중환자 병상은 그 때보다 2배 이상 확보한 상태다. 전국에서 끌어모아 2823개를 확보했으나 이미 1947명의 환자가 중환자 병상에서 치료 중이다. 전국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69%로, 비수도권은 75.6%에 달한다. 지난주 하루 62만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한 만큼 다시 2주 뒤인 다음주 위중증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3차 접종과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중증화율이 낮아졌지만 고령층 확진자의 규모가 급증하고 있어 3월 말~4월 초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지속 증가하고, 의료대응체계에 큰 부담을 초래할 위험이 높은 위기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현재 확보 병상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방역 당국은 위중증을 막기 위해 먹는 치료제(경구용 치료제)를 더 적극 처방하는 전략을 택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나타난지 5일 이내 복용을 시작하면 입원 및 사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내 경구용 치료제의 비용 효과에 대한 연구’(Model-based cost-effectiveness analysis of oral antivirals against SARS-CoV-2 in Korea) 논문을 공유하며 “현재 COVID-19 경구용 치료제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며 중증환자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모델 기반 평가결과로는 경구용 치료제는 현재의 조건에서는 의료부담을 크게 경감시키고 비용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화이자사의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는 국내 총 16만300명분이 도입됐으며, 지금까지 8만7000명분이 투약됐다. 재고는 7만6000명분이 남았는데, 확진자 발생 추이를 고려하면 2주 안에 재고가 소진될 전망이다. 이에 방역 당국은 이달 말 팍스로비드를 조기에 추가로 도입하고, 다음달에 9만5000명분을 더 들여올 예정이다.

함께 복용할 수 없는 약물 때문에 처방이 어려운 고위험군에게는 대체제로 머크사의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를 도입한다. 라게브리오는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얻지는 못한 상태지만, 방역 당국은 이달 말 라게브리오 10만명분을 도입해 최대한 빠르게 처방할 방침이다.

라게브리오는 팍스로비드에 비해 위중증 예방 효과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치료 가이드라인에선 입원을 46%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나왔고, 인도에서 최근 시행한 임상 3상시험에서는 입원을 65% 줄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 청장은 “(라게브리오에 대한 식약처의) 긴급사용승인이 나면 빠른 시일 내에 도입하는 것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식약처 긴급사용승인이 나면 바로 공급 일정이나 투약 계획에 대해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병상 대란을 막기 위해 지난 21일 추가적인 중환자 병상 효율화 방안도 적용한 상태다.

중증 병상에 입원한 환자 중 산소요구량 5ℓ 이하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재원적정성 평가 절차를 단축한다. ‘평가→퇴실 권고→퇴실 명령→미이행시 손실보상금 삭감’ 4단계에서 ‘퇴실 권고’를 생략하고 즉시 ‘퇴실 명령’을 내린다. 정부는 이 경우 퇴실에 소요되는 시일을 5일에서 3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방역 당국은 정점이 지나 감소세로 접어들면 코로나19 확진자를 일반 병원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코로나19의 법정 감염병 등급을 2급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본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서울·세종=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