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찬반 논란…전문가들 “성평등 기구로 역할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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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20일 0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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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현실화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22.3.10/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현실화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22.3.10/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이를 두고 찬반 논쟁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여성활동가와 시민 8000여명은 “성평등 정책을 전담할 정부 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여가부 폐지에 반대 입장을 냈지만, 일부 여성단체는 “정치적으로 자신과 같은 편인 권력자를 옹호하기 바쁜 여가부와 여성단체들은 존재의 의미를 상실했다”며 여가부 폐지를 지지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여가부 폐지와 개편 등을 논의 중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여전히 성평등 정책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 성평등 정책 기구서 여성 정책 담당

해외의 경우 성평등 정책을 전담하는 기구가 다양하게 여성 정책을 담당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달 펴낸 ‘국내외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현황과 시사점’을 보면 2020년 기준 194개 국가에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가 설립돼 있다.

이중 이름에 ‘여성’이 포함된 전체 성평등 추진 기구는 2008년 90개에서 2020년 76개로 줄어들었지만, ‘여성’과 다른 분야가 포함된 성평등 추진 기구의 비중은 37.8%에서 59.2%로 늘었다.

보고서는 “국가 전반에 젠더 및 성주류화 관점이 강조되면서 여러 분야와 접목된 기구를 활용해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프랑스의 성평등·다양성·기회균등부는 남녀 간 평등법안 제안 및 시행 감독, 양성 평등 정책의 성주류화, 여성의 직업적 평등과 경제적 자율성, 성에 기반한 폭력 방지제도, 미디어·문화·스포츠에서의 여성 참여, 다양성 정책과 차별 반대 등을 추진한다.

네덜란드의 교육·문화·과학부(성· LGBT 평등국)도 다양한 분야와 연결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남녀 고용 평등한 대우 정책 추진·시행, 성평등정책, 성다양성과 동등한 대우, 성소수자 보호 정책 등을 전담하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백악관에 성평등정책위원회를 별도로 설립하고 경제 정책, 건강 관리, 젠더 기반 폭력, 외교 정책 등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을 지도한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성평등 추진체계의 국내외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국가들은 성평등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와 함께 차별 등을 감시하는 기구가 공존한다. 또 각 기구가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사법기관, 정부위원회, 연방, 지자체 등 조직체계와 정부 기구가 병합해 성평등 및 차별 시정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한다.

◇구조적 차별 여전…성평등 기구로 키워야

이는 윤 당선인이 내세우는 ‘여성가족부 폐지’와는 결이 다르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을 포함한 성평등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지만, 윤 당선인은 개별적 불공정 사례나 범죄 사안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성평등 정책기구의 권한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국가 성평등을 전제로 한 민주주의가 완성된다면 여가부는 소멸돼야 하는 부서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며 “여가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은 그만큼 현실에서 성평등과 관련해 해결해야될 과제가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힘없고 권한이 없는 여가부에 충분한 인력과 예산, 권한을 줘서 성평등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여가부 예산은 1조 465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0.24%에 불과하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성평등 추진체계의 국내외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여성가족부에 지금까지 성평등을 위한 핵심 업무인 성차별시정정책이 없어 ‘성평등부’가 아닌 ‘여성가족부’에 머물러 있다”며 “여성가족부의 직무에 성차별시정정책 사무를 포함해 관련 정부조직과 사무, 권한을 검토하고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 청년들을 겨냥해 ‘여가부 폐지’를 내세운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 정부에서 여가부가 성범죄 피해자 보호 등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진영 정치를 한 것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면서도 “이는 여가부 장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이지 여가부의 업무 내용이나 기능이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여전히 남녀 임금격차, 여성의 경력단절, 유리천장 등 구조적 차별이 존재한다”며 “정치인들은 20대 남성을 사로잡기 위해 ‘여가부 폐지’를 외칠 게 아니라 불만의 원인인 취업난, 주거난 등에 대한 해답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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