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작전 꿰뚫어본다’…우크라 인근 나토국에 美 정보 자산 총출동

  • 뉴스1
  • 입력 2022년 3월 19일 0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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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바이런먼트사의 ‘스위치블레이드’ 킬러 드론 © 뉴스1(에어로바이런먼트 트위터 자료 제공)
에어로바이런먼트사의 ‘스위치블레이드’ 킬러 드론 © 뉴스1(에어로바이런먼트 트위터 자료 제공)
미국 민주·공화당의 매파적인 의원들과 언론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내 비행금지구역’을 포함해 다소 강력한 군사 개입을 요구함에 따라 미국정보당국의 정보·감시·정찰(ISR) 행위는 상대적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해당 작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현직 미국 관리들은 미군이 광범위한 ISR(정보·감시·정찰) 자산을 우크라이나 인근 국가에 배치해 러시아군의 작전 및 동향을 파악하면서 궁지에 몰린 우크라이나 내 상황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미국 비영리 뉴스조직인 더 인터셉트에 따르면 미국은 3차 세계대전 발생을 우려하고 있으므로 핵무장한 러시아와 직접적인 충돌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주어진 ‘선’ 안에서 최대한 많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하고 있는 ISR 작전에는 MQ-9 ‘리퍼’ 드론, 보잉 RC-135 ‘리벳 조인트’ 공군 정찰기, 보잉 E-3 센트리 ‘AWACS’ 공중 조기 경보 통제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사이의 국경을 따라 비행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영공을 건너게 되면 러시아군에 노출되고 미국의 참전 선언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주의하고 있다.

현재 작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두 명의 전직 미국 관리에 따르면 미국은 이러한 항공기를 이용해 ‘국가 내부의 긴밀한 정보’를 수집해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통신을 도청하고 이미지 정보를 수집해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고 있다. 러시아의 애초 예상과는 달리 우크라이나가 강력한 저항과 훌륭한 방공 능력을 보이는 것도 미국의 이러한 정보 전달에 도움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장교이자 현직 미 육군 통신 정보 장교는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러시아가 대규모로 병력을 증강한 후 미국이 많은 ISR 자산을 인접 국가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침공 직전 동향을 참고하면 미국의 이러한 배치는 지난 2월에 실행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개된 비행 데이터에 따르면 폴란드와 루마니아 및 흑해에 이러한 항공 모델의 배치가 잡혀있다.

◇ 우크라에 위험한 원시적 정보 주지 않는다…미국 내 자체 완성한 핵심 정보만 전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다른 나라의 개입을 극히 꺼렸다. 나토의 압박이 거세지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핵위협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이에 미국은 특정 종류의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때도 다소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는 게 전 CIA 장교의 설명이다.

분쟁의 직접적인 전투원이 됐다고 주장할 정도로 실시간 비디오 피드나 통신 가로채기와 같은 ‘원시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면 세계의 핵 대결 위험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자체로 처리한 ‘완성된’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전장의 전술정보를 얻기 위해 다양한 무인기 등 고정수집자산들을 적극 활용한다. 이후 연락관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에 정보를 전달한다. 다만 여기서 미군에 통상적으로 제공되는 실시간 정보에 대해서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정보 전달에 있어 이러한 구분은 미국 자체의 조건에 따라 설정된다.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보 작전이 ‘금지선’을 위반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다만 러시아도 이러한 정보 수집에 필요한 무인 항공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러시아 무인기가 잠시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를 가로지르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해당 무인기는 미국의 ISR 자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실행하고 있는 감시 작전과 같은 종류의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 美 등 서방국 군사 지원 두려운 러시아…무기 선적 창고 타격 감행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스스로 적극적인 교전국이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선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고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을 그렇게 보지 않을 수도 있다. 세르게이 라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미국을 포함해 서방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다면 수송 수단을 ‘합법적인 목표’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 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지난 13일 러시아는 폴란드 국경에서 불과 15마일 떨어진 우크라이나 군사 시설에 치명적인 공습을 가해 최소 35명이 사망하고 134명이 부상했다.

러시아 정부는 해당 시설에서 나토가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켰고 몇 주 전까지 미군이 주둔했다고 보고 있다. 즉 해당 시설을 ‘외국 용병 훈련소’이자 ‘외국 무기 선적 창고’라고 불렀다.

그럼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국은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정보 지원 외에도 키이우에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1만7000개 이상의 대전차 무기를 제공했다.

미공군정찰기 리벳 조인트(RC-135W)의 모습. (뉴스1 DB) 2019.12.22/뉴스1
미공군정찰기 리벳 조인트(RC-135W)의 모습. (뉴스1 DB) 2019.12.22/뉴스1
◇ 그럼에도 美, 자폭형 드론 등 우크라 방공 지원 멈추지 않아

특히 미국은 지난 16일 우크라이나를 위해 안보와 인도적 지원을 모두를 포함하는 136억달러(약 16조4832억원)의 ‘긴급 지원 법안’을 의회를 거쳐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지원으로 약 8억달러 규모의 방공 및 대전차 시스템을 비롯해 기관총, 산탄총, 유탄 발사기 등 소형 무기와 탄약, 무인기를 추가로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최첨단 자폭형 드론인 스위치블레이드도 포함됐다. 카메라, 유도 시스템, 폭발물을 갖춘 스위치블레이드는 목표물을 타격하기 전까지 프로그램으로 조종할 수 있다. 미 특수작전사령부가 에어로바이런먼트사로부터 구입한 바 있는 이 드론은 300과 600, 두 가지로 나뉘는데 종류에 따라 공격 대상이 다르다.

300은 사람을 대상으로 설계됐고 300보다 더 큰 600은 탱크와 다른 장갑차들을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에어로바이런먼트사에 따르면 스위치블레이드 600은 40분 동안 약 80km를 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드론이 일회용 무기이기 때문에 미국의 리퍼 무인기가 발사하는 헬파이어 미사일보다 훨씬 저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스위치블레이드 300이 6000달러(약 742만원) 정도의 가격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NBC는 일부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스위치블레이드가 우크라이나에 주어진다면 전쟁 양상에 있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군이 앞서 아프가니스탄 등 몇몇 지역에서 스위치블레이드를 사용했지만 사용 사실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미국이 지원 무기로 자폭형 드론을 선택한 이유는 비교적 크고 값비싼 MQ-9 리퍼 드론에 비해 스위치블레이드가 우크라이나군이 당장 조작하기 수월하다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스위치블레이드는 센서와 화약 등 값싼 소모품으로 만들어져 비용 대비 효과가 커 러시아 탱크 등을 효율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 러시아 침공 전부터 우크라군 훈련시킨 美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정보 개입에는 이러한 조치 외 비밀 CIA 훈련 프로그램도 있었다. 해당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병합하자 소규모 CIA 준군사 장교를 우크라이나에 파견해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활용법을 비롯해 저격 기술 및 은밀한 통신 사용을 우크라이나군에 훈련시켰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훈련이 미국의 권한을 너무 광범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종료했으며 지난달 러시아의 침공에 따라 우크라이나 내에서 모든 CIA 요원을 철수했다.

실제 CIA 국장인 윌리엄 번스는 이러한 조치에 앞서 위험하거나 도발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러시아 관련 특정 비밀 작전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려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ISR 작전에 사용된 MQ-9 ‘리퍼’ 드론은 미국 제너럴아토믹스사가 2001년 MQ-1이라는 기종명으로 첫 비행에 성공한 뒤 2007년 이후 실전에 투입하고 있는 요인 암살 전문 드론이다.

리퍼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예멘, 리비아 등에 배치됐으며 2007년 10월28일 아프가니스탄에서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로 처음 인명 살상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2015년에는 이슬람국가(IS)의 아랍계 영국인 대원 ‘지하디 존(무함마드 엠와지)’을 제거하는 데 사용돼 유명해졌다.

RC-135 ‘리벳 조인트’는 1970년대 초 소련의 탄도미사일 정보를 추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 공군 정찰기다. RC-135는 첨단 광학·전자 센서와 녹화 장치, 통신 장비를 갖추고 있다. 최대속도 마하 0.86으로 비행할 수 있으며 각종 미사일의 탄두 궤적을 3차원으로 추적해 발사한다.

E-3 센트리 ‘AWACS’ 공중 조기 경보 통제기는 미 공군의 대표적인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 항공기의 동정뿐만 아니라 지상과 해상을 이동하는 탱크·차량·함정 등의 동향을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 탐지한다. 또한 지휘통제 기능까지 있어 각종 레이더 정보를 수집해 이를 전투기에 제공하고 목표 지점을 지시하는 등 전체적인 작전 지휘도 가능한 항공기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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