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과 혈압약을 먹는 환자에게 콜레스테롤약까지 먹으라고 하면, 그가 느끼는 부담감은 단순히 알약 1개의 무게가 아니다. 매일 눈을 뜨면 약부터 챙겨야 하고, 혹여 약을 챙기지 못하고 외출했을 땐 하루 종일 불안감에 시달려야 한다. ‘약을 먹는 나’를 ‘서서히 시들어 가는 나’로 느껴 절망에 빠져드는 정서적 문제는 알약만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의사들은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이성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정확하고 분명한 정보를 알아도 의사가 생각하는 최선의 선택을 하지 않는다. 효능이 훨씬 개선된 신약이 나왔어도 기존의 약을 원하는 환자는 효능이 다소 떨어질지라도 오랜 기간 검증된 약이 낫다고 생각한다.
하버드대 의대 교수인 저자들은 병을 치료하려는 환자들에게 6가지 유형이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어떤 치료든 가급적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최소주의자’ △건강을 위해선 최대한의 시도를 하는 ‘최대주의자’ △의사의 권유를 일단 의심부터 하는 ‘의심하는 자’ △의사의 말이라면 믿고 따르는 ‘믿는 자’ △몸이 스스로 치유되도록 하는 ‘자연주의자’ △최신 의학 기술을 전폭적으로 따르는 ‘기술주의자’가 그것이다.
다양한 치료법이 쏟아지는 현대사회에서 올바르게 건강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인 ‘헬스 리터러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저자들은 다양한 환자를 치료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가장 잘 맞는 최선의 치료는 무엇일지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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