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평화 협상, 4일째 교착상태…中, 변수로 부상

  • 뉴스1
  • 입력 2022년 3월 18일 09시 30분


코멘트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이 4주 차로 접어드는 가운데, 급물살을 탈 것처럼 보였던 평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그간 평행선을 달리던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끝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자 휴전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지만, 지난 14일 시작된 4차 휴전 협상은 구체적인 성과를 못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서방 정보당국에선 러시아군이 병참 문제로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갈 수 없어 이르면 10~14일 내 우크라에서 퇴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전쟁물자 지원 여부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중재’ 역할을 주문하는 동시에 중국의 대러 지원 움직임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FT “우크라, 중립국 인정시 러 휴전·철군 잠정적 합의”…러 “전체적으로 오보”

러시아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협상이 잠정적 합의를 이뤘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전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잠정 합의가 맞느냐’는 취지의 관련 질의에 “맞지 않다”고 부인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맞는 내용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옳지 않다, 진전이 생기면 발표하겠다”며 “보도 관련 나머지 질문은 FT에 하라”고 덧붙였다.

앞서 F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의 발언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협상 대표단은 우크라이나 측이 향후 나토 회원국 가입을 포기하고 미국, 영국, 터키 등으로부터 보호를 대가로 외국 병력이나 무기를 지원받지 않겠다는 내용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FT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합의안 초안으로 15개항을 제시했는데, 여기엔 지난달 24일 침공 이후 점령한 지역들에서 철군하는 대신, 2014년 병합한 크름(크림반도) 귀속과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독립을 인정하라는 요구가 담겼다.

◇바이든·시진핑 18일 통화 예정…美·中 경쟁, 우크라 문제 논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갖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양 정상간 통화가 “미국과 중국간 열린 소통라인을 유지하기 위한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며 두 정상은 “양국간 경쟁 관리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타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며 전쟁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것과 달리 친러 성향을 보여온 중국이 대(對)러시아 지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 이뤄지는 통화라는 점에 눈길이 쏠린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눈 것은 이번이 네 번째로, 지난해 11월15일 첫 화상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4개월 만이다. 지난해 2월과 9월엔 각각 약 2시간, 1시간30분간 전화통화를 가졌다.

◇ 러, 군사지원 요청에 중국 “의사 없음” 입장…美 “개입시 중대한 대가” 경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확전 우려가 커지던 가운데, 중국 정부는 군사 지원을 할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판시엔롱 주우크라이나 중국 대사는 지난 14일 막심 코지츠키 르비우 주정부 국방행정청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중국은 결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르비우 주정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이날 밝혔다.

판 대사의 이 같은 발언 및 르비우 주정부 관계자 면담은 지난 13일 ‘러시아가 중국에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가 나온 직후 이뤄진 것이다.

해당 보도 직후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보도 내용이 악의적 가짜뉴스라고 반박했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러시아는 중국에 우크라이나 관련 지원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판 대사는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경제적 측면에서 도울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는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이라며 “중국은 늘 우크라이나에 경제적·정치적으로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측이 우크라 개입을 일축하고는 있으나 서방의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7일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군사장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과 통화에서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할 경우 책임을 묻고 대가를 치르게 할 것임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을 만나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이나 경제제재를 위반하는 기타 지원을 할 경우 중대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젤렌스키, 獨 의회서 “유럽에 세워진 ‘제2 베를린 장벽’ 허물어 달라” 호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독일 의회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유럽에 세운 새로운 장벽을 허무는 걸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는 베를린 장벽이 아니라, 자유와 구속 사이 중앙 유럽의 장벽이며 이 장벽은 폭탄이 터질 때마다 커지고 있다”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향해 “친애하는 스콜, 이 장벽을 허물어 주세요”라고 말했다.

이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지도자에게 호소한 모습을 연상시켰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홀로코스트를 연상하는 언급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매년 정치인들은 ‘다신 안 된다’고 말하지만 이제 나는 이런 말들이 쓸모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유럽에서 지금 한 (국가의) 국민이 파괴되고, 러시아의 공격 개시 이후 이제껏 108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이 전쟁을 막을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이 같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직설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독일 의회 의원들은 15분간의 연설이 끝난 뒤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AFP는 전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미국 의회 연설에서도 ‘진주만 공습’과 ‘9·11 테러’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매일 일어나고 있다며 역사적 공감을 이끌어 내는 호소로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 밖에 영국과 캐나다 등 여러 나라 의회에서 화상 연설이 이어지고 있다.

◇ 터키 대통령 “푸틴-젤렌스키 회담 직접 주최하겠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을 직접 주최하겠다는 뜻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합의는 지도자 간의 회담이 필요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터키 대통령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에르도안 총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영속적인 휴전이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발언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측은 터키와 함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터키는 우크라이나가 안전보장을 합의하길 원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병참 문제’ 러軍, 진전 둔화…민간인 사상자는 2000명

러시아가 병참 문제로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 올렉산드르 모투자냐크는 러시아군이 지난 24~48시간 동안 키이우 주변에서 이렇다 할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가벼운” 포격을 가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은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의 침공이 모든 전선에서 대부분 중단됐다면서 최근 며칠간 육해공에서 큰 손실을 입었으며 진전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에 따른 민간인 인명피해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에 따르면 침공 개시 이후 전날인 16일 자정까지 우크라이나에서는 사망 780명, 부상 1252명 등 총 2032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