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페미니즘 작가 솔닛 “여성몫 늘면 남성도 혜택”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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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출간 맞춰 온라인 간담회

리베카 솔닛은 “페미니즘은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며 “페미니즘의 목표는 남성을 배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여성을 포함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비 제공
리베카 솔닛은 “페미니즘은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며 “페미니즘의 목표는 남성을 배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여성을 포함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비 제공
“너무 좌절하지 말고, 멈출 필요가 없다. 그동안 여성들이 이뤄온 진전에 주목하라.”

미국 페미니스트 작가 리베카 솔닛(61)은 1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페미니즘이 나아간 길을 언급하며 희망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는 그가 8일 펴낸 회고록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창비) 출간에 맞춰 열렸다. 그는 여자는 잘 모른다는 걸 전제로 남자가 과하게 설명하는 ‘맨스플레인(man+explain)’을 지적한 인문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2015년·창비)로 유명하다. 그는 신간에 걸핏하면 길거리에서 성희롱을 당하던 그가 어떻게 페미니즘 작가로 성장했는지를 담았다. 신간은 자칫 자랑으로 흐를 법한 ‘라떼는(나 때는)’ 화법 대신 자신의 상처를 솔직히 고백하는 방식으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그는 “여전히 여성들을 공격하고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난 5년이 아니라 50년을 보면 여성 인권에 큰 진전이 있었다”며 “여전히 여성들을 상대로 공격하고 반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여성주의적 생각과 사상들을 소멸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은 인종차별주의자 트럼프를 겪었지만 그 결과 최초의 여성 유색인종 부통령이 나왔다”며 “한국 여성주의자들이 계속해서 싸워나가면 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에서 남녀갈등과 관련해 화합을 주문했다. 그는 먼저 한국의 젊은 남성들을 향해 “광범위한 경제 불평등 문제를 여성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여성의 몫이 늘어나면 남성의 몫이 줄어든다고 믿는 서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이 더 많은 자유를 가지면 내가 누리는 자유도 늘어난다”며 “여성이 더 많은 권리를 갖게 되면 남성도 혜택을 볼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젊은 여성들에게는 똑똑한 페미니스트가 되기를 주문했다. 그는 “페미니즘은 남성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여성이 기존에 진입하지 못했던 영역에 입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처벌만 강조하는 일부 페미니스트의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를 벌하는 방식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며 “혁명은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그는 “나는 끔찍한 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된 적은 없었지만 보통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위험과 폭력에 노출된 채 살아왔다”며 “괴롭힘과 희롱을 당했고 이런 고통을 얘기할 때 아무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사람들은 물리적인 피해나 직접적인 피해가 아니라면 안전한 게 아니냐고 얘기한다”며 “하지만 직접 피해가 없었더라도 피해 가능성에 항상 노출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성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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