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코로나 히트상품, ‘파자마 정장’의 성공 비결[Monday DBR/정희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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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사람들의 음식과 주거 생활뿐만 아니라 의복, 즉 입는 것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면서 정장 판매는 줄었고, 편안한 의류를 구입하는 사람은 늘었다. 사태가 길어지자 일본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풍경이 등장했다. 정장 업체들이 매출 감소의 역경을 뚫고 ‘파자마 정장’이라는 흥행 상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파자마 정장이 불황 속에서 잘 팔리는 제품으로 자리를 잡은 이유는 ‘재택근무의 확산’ 덕분이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일하기 편한 복장을 선호하면서도 온라인 줌 미팅에서 지나치게 격식 없거나 해이하게 비치고 싶지 않은 직장인들이 증가했다. 이 같은 수요를 포착한 일본의 정장 제조업체 ‘아오키(AOKI)’는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하지만 편안하게 보이지는 않는 정장을 개발했다. ‘잠옷 이상, 정장 미만’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신흥 상품 카테고리를 내놓았다. 파자마 정장은 신축성이 있으면서 구김이 잘 가지 않아 활동성이 좋으면서도 매일 세탁기에 빨아도 될 만큼 관리가 쉬운 점을 앞세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예의 있고 점잖은 느낌을 선사해준다는 점도 차별점이 됐다.

이처럼 틈새시장을 겨냥한 결과 아오키는 2020년 11월 상품 출시 후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약 3만 벌의 파자마 정장을 판매했다. 일반 정장의 경우 1년에 1만 벌이 팔리면 히트 상품으로 분류되는데 파자마 정장은 이보다 3배 빠른 속도로 팔렸다.

일본에서는 코로나 확산 이전에도 이미 활동하기 좋으면서도 격식 있어 보이는 ‘기능성 정장’이란 제품군이 점차 시장을 넓혀 가던 중이었다. 근무 복장의 캐주얼화, 1인 기업가 및 프리랜서들의 증가로 이런 옷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팬데믹은 이런 성장 흐름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됐고, 일본의 기능성 정장 시장은 2025년에는 210억 엔 규모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자마 정장 외에도 일본 ‘오아시스 라이프스타일’이 생산해 인기를 끈 기능성 정장 중에는 ‘워크웨어슈트(Work Wear Suit)’라는 브랜드가 있다. 한때 일본 대중 매체에서 ‘정장 입고 농사짓는 농부’가 전파를 탔고 화제가 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사례다. 이 브랜드는 정장처럼 보이는 작업복이라는 이름 그대로, 공식 석상에서 입을 법한 정장처럼 보이지만 높은 기능성을 자랑하는 작업복이다. 물에 젖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는 원단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방에 보관하다가 꺼내 입어도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

이런 인기 상품들의 출현으로 기능성 정장 시장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후발주자의 추격에도 카테고리 창조자였던 아오키 등 선발주자들의 제품이 선전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철저한 원가 절감 전략을 통해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였다. 아오키는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느낌으로 원가를 줄여가며 파자마 정장의 가격을 타 정장 대비 획기적으로 낮췄다. 옷의 착용감과 맵시를 결정하는 설계와 봉제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았지만, 밑단이나 라벨 등 불필요한 원단을 없애가면서 더 이상 줄일 곳이 없을 때까지 재료비를 줄였다.

둘째, 고객 목소리에 빠르게 반응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포착하고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내놓기까지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다. 일반 정장은 상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반년에서 1년까지의 기간이 필요한데, 파자마 정장은 2020년 6∼7월 상품 개발이 시작된 지 반년도 안 된 그해 11월에 출시됐다. 생산뿐 아니라 마케팅에 있어서도 현장 목소리를 반영했다. 가령 원래 상품의 정식 명칭은 ‘홈&워크웨어’였으나, 회사는 제품의 별명이었던 파자마 정장이 훨씬 고객에게 친숙하다고 판단해 공식 상품명까지 변경했다.

이처럼 파자마 정장의 성공은 불황기에도 얼마든지 대박 상품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오키는 제품이 팔리지 않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정장은 불편하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이렇듯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오늘날 기존의 상식을 깨는 역발상, 기술력, 실행력이야말로 정체된 시장에서도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비결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39호에 실린 ‘위드 코로나 시대 역발상 파자마 정장’을 요약한 것입니다.

정희선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hsjung3000@gmail.com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일본 코로나 히트상품#파자마 정상#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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