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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박재명]어린이 백신 접종 앞둔 정부, 효과보다 안전성 밝혀야

입력 2022-03-12 03:00업데이트 2022-03-1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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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기자는 3년 가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사를 쓰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 코로나19 관련 질문을 종종 받는데, 그 내용이 매번 당시의 코로나19 ‘최신 상황’을 반영하는 점이 흥미롭다.

2020년 초 “마스크를 쓰면 ‘우한 폐렴’을 예방하느냐”는 단순한 질문이 지난해 백신 부족 때는 “백신 빨리 맞는 방법이 있느냐”로 바뀌었다. 감염된 사람이 크게 늘어난 요즘은 확진 후 격리 기간, 지원금 액수 등이 사람들의 코로나19 관심사가 됐다.

최근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어린 아들딸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맞혀도 되느냐”는 것이다. 14일 정부의 5∼11세 백신 접종 계획 발표를 앞둔 여파다.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 어린이부터 우선 접종할 것으로 보인다. 접종 백신은 화이자의 어린이용 코로나19 백신이며 1회 투여 용량은 성인의 3분의 1로 결정됐다. 걱정 많고, 셈 빠른 부모들이 미리 ‘정보 수집’에 나서는 것이다. 이들에게 되물어봤다. 어린이 접종이 시작되면 맞힐 것이냐고. 요식업자, 은행원, 기자, 공기업 직원 등 7명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전원 “맞히지 않겠다”고 한다.

부모 모두 길게는 100년을 더 살아야 할 자녀가 접종 1년밖에 되지 않은 ‘mRNA’ 백신을 맞는 데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5세 딸과 함께 코로나19에 걸린 한 워킹맘은 “3차 접종을 했는데도 온 가족이 걸렸다. 아이가 코로나19에 걸려 좋은 유일한 점은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들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유별난 ‘안티백서’도 아니다. 전원 일찌감치 자신의 2, 3차 접종을 끝냈다. 정부가 집단면역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던 ‘백신 접종률 70%’ 달성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던 평범한 30, 40대다. 자신이 접종하면 어린 자녀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기대는 깨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어린이 백신 접종을 권유하는 방식은 예전 그대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8일 “5∼11세도 백신을 접종하면 코로나19 감염 및 중증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코로나19 감염을 줄이고 위중증 악화를 막는다는 얘기지만, 이제 그 이유만으로는 부모들이 어린 자녀를 접종 장소에 보내지 않을 것이다.

어린이 백신 접종 기피 현상은 해외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성인 백신 접종률이 2차 기준 79%로 유럽연합(EU) 내 상위권인 프랑스는 6일 현재 5∼11세 접종률이 4%(2차 기준)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어린이 접종을 시작한 미국 역시 26% 수준이다. 한국은 이들 국가보다 성인과 어린이 사이의 접종률 격차가 더 클 수 있다.

어린이 코로나19 확진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반드시 이들에게 백신을 맞혀야 한다면, 정부가 14일에는 명확히 백신 안전성을 설명해야 한다. 부모들이 궁금한 내용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5∼11세 자녀에게 10년이나 20년 후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그 대답이 없거나 또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면 백신 불신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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