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失政’에 회초리 든 서울… 강남3구-마용성 尹에 몰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0일 2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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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울이 승부를 갈랐다.

3·9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에서만 325만5747표(50.56%)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45.73%·294만4981표)를 31만766표 차이로 이겼다. 특히 지난 19대 대선 때 민주당이 석권했던 서울 25개 자치구 중 14곳을 되찾아왔다는 점에 국민의힘은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서울 민심을 잡지 않고는 이기기 쉽지 않다는 게 다시 한번 드러났다”며 “이번 대선 표심이 6월 지방선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최대 승부처 서울서 갈린 승부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선 개표 결과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서울 강남(67.01%) 서초(65.13%) 송파(56.76%)에서 압도적 몰표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인상 조치에 따른 분노 투표로 해석된다.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던 강남3구와 용산구(56.44%) 외에 서울 종로(49.48%) 중구(50.96%) 성동(53.20%) 광진(48.82%) 동대문(49.16%) 마포(49.03%) 양천(50.13%) 영등포(51.64%) 동작(50.51%) 강동(51.70%) 등 10개구가 이번 대선에선 윤 당선인을 택했다. 이른바 ‘마·용·성’과 한강을 끼고 있는 ‘한강벨트’ 라인으로, 모두 이번 정부 들어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지역이다.

윤 당선인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노원과 도봉 등 강북 지역에서도 이 후보에게 1~3%포인트 근소한 차이로 밀리며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재건축·재개발 대상 아파트 단지가 몰려있는 지역으로 역시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10일 MBC라디오에서 “(민주당이) 부동산 민심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전체 약 25만 표로 진 것에 서울이 큰 숫자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성난 부동산 민심은 물론 2030세대 지지까지 끌어 안아 18.32%포인트 격차로 25개 자치구에서 압승한 것과 비교하면 윤 당선인이 서울 중도층 표심을 포용하는데 부족했다는 분석도 있다.

尹, 이대남 구애 집중하다 이대녀 역풍

부동층 비중이 높아 이번 대선의 최대 ‘캐스팅보터’로 꼽혔던 20대 표심은 성별에 따라 정반대로 쪼개졌다. 9일 투표 직후 나온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하 남성 득표율은 윤 당선인이 58.7%, 이 후보가 36.3%였다. 반면 20대 이하 여성은 이 후보가 58%였고 윤 후보는 33.8%에 그쳤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20대 남성 지지율에 줄곧 주력해 온 국민의힘이 목표했던 ‘이대남’ 표심은 빨아들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20대 여성들은 이 후보 편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텔레그램 ‘n번방’ 사태를 밝혀낸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 활동가가 선거 막바지 이 후보와 수차례 공동 유세에 나서 지지를 호소한 것도 20대 여성 표심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활동가와 디지털 성폭력 관련 토크 콘서트 행사를 하는 등 그 동안 쭉 노력해 온 모습에 지켜보고 있던 2030 여성이 막지막에 결집했다”고 해석했다.
결국 깨지지 않은 지역주의


이번 선거운동 과정 내내 윤 당선인은 민주당 전통적 텃밭인 호남을 향해 구애를 이어갔고, 이 후보는 경북 안동 출신인 점을 앞세워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 민심에 호소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역주의는 이번에도 깨지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광주 전남 전북에서 각각 12.72%, 11.44%, 14.42% 득표율에 그쳤다. 호남 지역은 80% 넘는 지지를 이 후보에게 보냈다. 이 후보 역시 대구 경북에서 각각 21.60%, 23.80%를 얻는 데 그쳤다. 반면 윤 후보는 70% 넘는 지지를 받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빙 승부 속에 이뤄진 야권 후보 단일화와 사전 투표 논란으로 양당 지지층이 ‘영끌 결집’한 결과”라며 “결국 지역주의를 극복할 만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양당의 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됐다”고 말했다.

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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