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정권 내준 민주, 결국 비대위로…‘원팀 수습’이 관건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10일 1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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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선거 패배로 충격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이 10일 결국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으로 접어들게 됐다.

이명박·박근혜 정권까지 이른바 ‘잃어버린 9년’을 보내고 정권을 되찾은지 5년 만에 도로 야당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시계제로의 혼돈 속에 빠지게 된 데 따른 비상 카드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저희는 투표로 보여준 국민 선택을 존중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저는 평소 책임 정치를 강조해 왔다. 그래서 당대표로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직을 사퇴하고자 한다. 최고위원들도 함깨 사퇴의사를 모아줬다”고 밝혔다.

지난해 5·2 전당대회를 통해 거여(巨與) 대표에 오른 뒤 20대 대선 승리에 총력을 다했지만 이재명 후보의 패배와 함께 10개월 만에 조기 사퇴하게 된 것이다.

송 대표의 기자회견 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를 구성키로 하고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전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등을 새로 뽑은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참패로 도동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 이후 1년도 채 안돼 다시 비상기구를 출범시킨 것이다.

윤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기로 함에 따라 민주당은 이달 25일 전에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당대회는 6월 지방선거 이후에 실시해 신임 대표 등 지도부를 구성키로 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비대위는 지방선거를 치르고 당헌상 8월로 돼 있는 전당대회를 치르는 준비까지 하는 것”이라며 “윤 원내대표는 현재 임기가 5월 말까지 남아있는데 그때까지 비대위원장을 겸하면 업무 부담이 크니 차기 원내대표를 빨리 뽑아서 입법 협상 등을 넘겨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보수·진보 진영이 10년 주기로 최대 권력인 대통령 자리를 점유해 오던 와중에 처음으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민주당의 비대위 체제 전환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만 오는 6월1일 치러지는 제8회 지방선거까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체제 전환 등에 따른 리더십 공백이 우려되는 지점이었다. 자칫 행정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질서 있는 수습’ 목소리가 나온 이유였다.

최고위원을 지낸 노웅래 의원은 송 대표 사퇴 선언 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도부 책임론과 관련해 “당장 대선 패배와 관련해 지도부의 책임, 마땅히 져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무조건 내려놓는 게 능사겠느냐”며 지방선거 뒤 책임을 묻는 방안을 제안했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지금 갑자기 비대위를 다시 만들어서 하는 게 글쎄”라고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또 정권 심판론이 작동하는 불리한 선거구도 하에서도 이 후보와 민주당이 0.73%포인트(24만7077표)의 역대 대선 최소 표차로 석패해 나름 분전한 만큼 조용한 수습이 충분히 조용하고 질서있는 재정비가 가능하다는 시각도 많았다.

이에 송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총사퇴하되 윤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지방선거라는 대선 이후 당면 과제를 위한 당의 구심점을 유지하는 선에서 수습책을 마련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의 관건은 비대위가 대선 패배에 따른 책임론과 쇄신 요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얼마나 당내 혼란상을 잘 정리할 수 있느냐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걸린 4·7 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쇄신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른바 ‘조국 사태’ 반성에 대한 지지층 역풍과 ‘대선 모드’ 돌입으로 이내 묻혀버렸다.

그러나 대선 패배는 재보선 참패와는 급이 다른 충격파여서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도 쇄신론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핵심은 당내 주류인 ‘586 정치인’들에 대한 기득권 내려놓기 요구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당내 일각에서 586세대의 2선 퇴진 요구가 있었고 당도 이 후보의 정치개혁 공약을 뒷받침하며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 등을 약속한 만큼 쇄신론도 힘을 받을 여건이 조성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과정에서 비대위가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쇄신론을 둘러싼 초재선과 중진 그룹 간 갈등이 불거질 여지도 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놓고 계파 간 갈등을 관리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이번 대선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권 심판적 성격이 강했다는 점과 낙선한 이 후보의 개인 도덕성 및 가족 관련 의혹이 함께 패인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책임 소재를 놓고 얼마든 당내 세력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일각에서 여전히 4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중인 문 대통령에 기댄 친문계가 다시 당권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쇄신론과 책임론을 둘러싼 갈등이 복잡하게 얽히면 비대위 체제 이후에도 당의 혼란상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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