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늘 본투표… 승자의 통합, 패자의 승복이 민주주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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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인천 서구 롯데마트청라점 앞에서 열린 ‘이재명과 함께 날아올라 청라! 살고 싶은 인천!’ 집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8일 부산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인천 서구 롯데마트청라점 앞에서 열린 ‘이재명과 함께 날아올라 청라! 살고 싶은 인천!’ 집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8일 부산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늘은 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본투표일이다. 1632만여 명이 이미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남은 유권자는 2787만여 명이다. 어느 후보를 지지하든 참정권 행사 자체가 민주주의 실현이자 새 시대를 여는 원동력이다. 정치교체든 정권교체든 투표를 해야 바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여의도 정치판의 ‘아웃사이더’란 점에선 공통점이 있다. 여기엔 새 정치에 대한 희망도 깔려 있었다. 사전투표 열기에서도 보이듯 기득권 정치의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이 물밑에서 꿈틀대고 있음은 분명하다. 문제는 유력 후보들이 각종 의혹과 구설에 휘말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의 당사자가 되어버린 실망스러운 현실이다.

더 우려되는 건 여야 모두 사활을 건 ‘닥치고 승리’ 전략에 빠져 최악의 네거티브 공방과 험한 말싸움을 벌여왔다는 점이다. 막판까지도 이 후보 측에선 “촛불을 들고 보도블록을 깨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것이다”, 윤 후보 측에선 “부패하고 버르장머리 없는 썩은 패거리들, 집으로 보내자” “감옥에 안 가기 위해 생떼를 부린다” 등의 거친 공방이 벌어졌다.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양쪽으로 갈려 SNS 등의 공간에서 마치 사생결단이라도 하듯 대리전을 펼쳐왔다. 상대 후보에 대한 혐오와 증오의 감정이 원색적으로 드러난 여론전이 횡행했다. 여야 정당과 후보들은 세대 갈등과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선거 전략으로 이를 부추겼다. “누가 돼도 걱정”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고 ‘역대급’ 대선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022년, 우리나라가 처한 국내외적 위기 상황은 새로운 통합의 리더십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각국은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간 신냉전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활을 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국가 미래의 전략적 좌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국가 에너지를 한데 모아 위기를 돌파해야 할 때다.

그 어느 때보다 국격(國格) 실추를 걱정해야 했던 대선 과정이었다. 나라가 이렇게 둘로 쪼개져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레이스는 끝났다. 이젠 민심의 무게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겸허히 기다려야 할 시점이다. 대선 결과에 환호와 좌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할 것이다. 누가 당선되든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여유가 없는 게 우리가 처한 냉엄한 현실이다. 상처 난 국민 마음부터 치유하고 탕평과 협치의 자세로 국민 통합을 이루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패한 쪽도 조건 없이 결과에 승복하고, 새 당선인이 순조롭게 정권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정략적으로 국정 발목잡기만 일삼다가는 6월 지방선거에서 더 큰 외면을 받을 수 있다. 국민도 자신이 지지했든 안 했든 앞으로 5년을 책임질 새 정부가 순탄하게 출범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승자의 통합, 패자의 승복은 선거 민주주의의 기본이자 꽃이다. 비록 과정은 혼탁했지만 결과를 놓고는 모든 정파와 국민이 힘을 합치는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함을 전 세계에 보여주길 바란다.
#20대 대통령 선출#투표#승자의 통합#패자의 승복#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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