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상자-쇼핑백에 투표지 수거… “부정 의심” 수사의뢰만 20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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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2]
확진자 사전투표 준비 안돼 혼선

5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2동 사전투표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격리자 임시기표소가 야외에 설치됐다. 대기줄이 길어지면서 기표소를 추가 설치했지만 바람이 불자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여 논란이 됐다. 천안=뉴시스
5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2동 사전투표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격리자 임시기표소가 야외에 설치됐다. 대기줄이 길어지면서 기표소를 추가 설치했지만 바람이 불자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여 논란이 됐다. 천안=뉴시스
“왜 내가 투표한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가 실시됐던 5일 오후 5시가 넘어서자 전국 3552개 투표소 곳곳에선 이 같은 유권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준비 부족으로 전국에서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지연 사태와 혼선이 빚어지며 투표소는 아수라장이 됐다. 특히 투표 사무원들이 골판지 택배상자, 종이 쇼핑백, 플라스틱 바구니 등을 사용해 기표된 투표용지를 수거하자 유권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이날 확진·격리자들이 속속 사전투표에 나서면서 투표소별로 긴 줄이 생겼고, 경기 성남시에서는 1시간 넘게 야외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 쓰러지는 사람이 발생하기도 했다.
○ 우왕좌왕 안내에, 참관인 없는 투표까지
임시기표소에 별도 투표함이 없어 투표를 마친 확진·격리자들이 투표용지를 종이 상자에 임시로 넣어야 하는 투표소가 속출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임시기표소에 별도 투표함이 없어 투표를 마친 확진·격리자들이 투표용지를 종이 상자에 임시로 넣어야 하는 투표소가 속출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부산 해운대구 우3동 사전투표소를 방문했던 한 유권자는 “차량들이 다니는 지하주차장에 임시투표소를 만들어 놓고 종이상자 안에 봉투를 넣도록 했다. 표가 뒤바뀔 수 있어 반발하는 이가 많았다”며 “일부 화가 난 이들은 투표용지를 찢은 뒤 이를 뿌리고 투표를 거부한 채 퇴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정투표가 의심된다는 등의 이유로 사전투표와 관련해 수사 의뢰된 내용이 부산에서만 약 20건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투표용지를 수거하는 과정에 부정이 의심된다며 수사를 의뢰하는 내용이 많았다”고 전했다.

선관위는 방역 등의 이유로 확진·격리자의 투표용지를 모아 투표 사무원들이 투표함에 넣도록 했지만, 이 사실이 사전에 충분히 공지되지 않아 적잖은 확진·격리자들이 “왜 직접 투표함에 못 넣느냐”며 항의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인천 중구 동인천동 사전투표소에서는 확진·격리자 중 6명이 기표한 투표용지가 관내외 투표자 구분 없이 섞이는 일도 벌어졌다. 인천시선관위는 사무원의 책임 사유로 투표용지가 훼손되면 재투표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을 토대로 6표 모두 폐기 처분한 뒤 다시 투표하게 했다.

또 서울 강서구 화곡6동 사전투표소에는 5일 오후 6시경 확진·격리자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일단 강서구 측은 선관위와 협의해 확진·격리자들이 별도의 공간에 마련된 임시기표소에서 투표하는 방식 대신 일반 기표소에서 투표하도록 했다. 그러자 방호복이 지급되지 않았던 참관인들이 감염을 우려해 참관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서구 관계자는 “방호복을 6벌만 지급하길래 선관위에 항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참관인들은 지정된 참관인석 대신 투표소 구석에서 상황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경기 오산시 신장동 주민센터에선 신분증과 얼굴 대조 확인 절차도 없었다. 이곳에서 투표한 A 씨는 “동네 반장 선거도 아니고, 정당한 선거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에서 확진·격리자 투표를 안내하는 투표 사무원들이 빗발치는 유권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연출됐다.
○ 기약 없이 기다리다 투표 포기도
선관위가 사전에 확진·격리자 규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이들의 투표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추위 속에서 떨다가 발길을 돌린 유권자들도 전국적으로 속출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3동 주민센터에선 투표를 기다리던 B 씨가 대기 중 쓰러지는 일도 발생했다. 긴 대기 시간은 확진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확진·격리자를 위한 임시기표소를 적게 설치하면서 발생했다.

5일 울산 남구 신정2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1시간 넘게 대기하던 이모 씨(50)는 “확진자는 환자인데 추운 날씨에 이렇게 밖에서 장시간 기다리게 하는 게 맞느냐”고 투표 사무원에게 따졌고, 결국 일부 유권자는 투표를 포기했다. 확진·격리자 임시기표소가 마련된 곳에서도 30분 넘게 기다리게 돼 유권자들이 항의하자 현장 지원을 나온 투표 사무원들조차 “우리가 봐도 너무 이상하고 어렵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확진자 사전투표#혼란#혼선#부정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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