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공 강행에 바이든 리더십 또 다시 흔들…“위기이자 기회”

  • 뉴스1
  • 입력 2022년 2월 25일 1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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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서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예견하고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끝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침공을 강행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서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권과 외신 등에 따르면, 우선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향해 수차례 경고를 발신했음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이 ‘대담한 선택’을 한 것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실책을 비판하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불거지자 ‘외교와 제재’에 초점을 둔 전략을 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러간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우려한 듯 동유럽 지역에 미군 병력과 자산을 추가 배치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싸우려는 게 아니다”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의 영토를 수호하고 동맹국을 안심시키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아직 ‘자동개입’ 의무가 있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라는 점과 자칫 핵을 보유한 미·러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 재앙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 등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너무 일찍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맞대응 카드를 접으면서 이미 ‘서방의 제재’에 익숙한 푸틴 대통령이 쉽사리 전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제재가 푸틴 대통령이 물러서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지도 불투명하다.

이안 켈리 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주재 미국 대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개발한 억지 패키지는 대부분 경제적이고 우리는 군사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다소 비대칭적이라는 게 단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켈리 전 대사는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신속대응군을 활성화 해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들에 배치하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당신은 국경에 군대를 집결시켰다. 우리도 국경에 군대를 집결하고 있다. 우리는 당신이 철수하면 철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제재의 시점과 방식을 문제 삼는 지적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억지력을 갖기 위해 러시아의 행동에 맞춰 단계적 제재를 시행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일부 제재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마리아 샤기나 국제제재 전문가는 “제재 위협이 러시아를 저지하는데 실패한 것은 분명하다”면서 “미온적인 대응은 억제하기보단 오히려 러시아를 대담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빈 크레이머 공화당 상원의원도 23일 성명을 통해 “이같은 행동을 막기 위해선 몇 달 전에 제재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선 공화당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나약함’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비난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었다면 이 쓰레기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약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혼란스러운 철군을 한 것도 푸틴 대통령에게 잘못된 신호로 작용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이 비록 러시아의 침공을 막진 못했지만, 동맹 규합을 통해 확고한 공동 대응을 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는 그간 동맹간 균열을 방지하는데 주력해 왔고, 러시아 침공 직후 미국과 동맹국들은 분열 없이 단일한 대응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수출통제 등 대러 추가 제재를 발표하면서 이번 제재에 미국뿐만 아니라 G7(주요 7개국) 회원국과 나토 27개 회원국이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독일 정부로부터 대러 제재의 핵심으로 꼽혔던 ‘노르트스트림-2’ 승인 중단을 이끌어낸 것은 성과로 꼽히고 있다. 그간 독일은 ‘노르트스트림-2’에 대한 제재를 꺼려해 왔던 터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거짓 깃발작전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러시아 전문가인 앤드루 와이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보 공개가 “푸틴 대통령을 매우 어려운 입장에 있게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요인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장했던 대로 푸틴 대통령은 사전에 계획했던 이번 침공을 서방이 어떤 압박을 했더라도 강행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일각에선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리더십 평가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인 찰스 쿱찬 조지타운대 교수는 “(국내적으로) 그가 러시아의 침략을 막을 수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선 비판받거나 판단받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러시아 침공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어떻게 (제재 등 외교 정책을) 처리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매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인들의 상당수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국의 직접 개입을 반대한다는 여론조사도 이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18∼21일 미국 성인 12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이 이번 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미 정치권에선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의 성적표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지지율 하락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겐 이번 사태가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워싱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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