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의 비결? 질문에…“평범한 가정” “반항끼” “와인 한 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8일 15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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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종목에 특정 국가가 강세를 보이면 메달리스트들이 흔히 받는 단골 질문이 있다. 바로 ‘강한 비결이 뭔가’다. 가장 뻔하지만 사실에 부합하는 답은 좋은 선수들과 타다보면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각국의 메달리스트는 그것 말고도 조금 더 흥미로운 자신들의 추론(?)을 내놨다.

●바이애슬론 메달 형제? “노르웨이의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을 뿐”


14일 남자 바이애슬론 10km 스프린트에서 나란히 포디엄에 선 노르웨이의 요하네스 팅크네스 뵈(금메달)-타리에이 뵈(동메달) 형제.
14일 남자 바이애슬론 10km 스프린트에서 나란히 포디엄에 선 노르웨이의 요하네스 팅크네스 뵈(금메달)-타리에이 뵈(동메달) 형제.
바이애슬론 남자 10km 스프린트에서는 노르웨이의 요하네스 팅크네스 뵈(29)-타리에이 뵈(34) 형제가 나란히 금메달, 동메달을 따며 바이애슬론 최초 개인전 포디엄에 나란히 선 형제가 됐다.

바이애슬론 강국 노르웨이는 이번 올림픽에서 지금까지 치른 9종목에서 총 10개의 메달(금5, 은1, 동4)을 쓸어 담았다. 노르웨이는 아깝게 4위를 한 여자계주 한 종목만 빼고 ‘올포디움(전 경기 메달)’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 중 뵈 형제가 보탠 메달만 절반이 넘는 6개(금3은1동2개)다. 하지만 형 타리에이는 자신들이 “전형적인 노르웨이 가정 출신”일 뿐이라고 말한다.

바이애슬론 10km에서 동메달을 딴 타리에이 뵈(오른쪽)가 금메달을 딴 동생 요하네스 팅크네스 뵈(가운데)를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다. 노르웨이가 바이애슬론에서 획득한 메달 10개 중 형제는 단체전 메달 2개(혼성 계주, 남자계주)를 포함해 절반이 넘는 6개의 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바이애슬론 10km에서 동메달을 딴 타리에이 뵈(오른쪽)가 금메달을 딴 동생 요하네스 팅크네스 뵈(가운데)를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다. 노르웨이가 바이애슬론에서 획득한 메달 10개 중 형제는 단체전 메달 2개(혼성 계주, 남자계주)를 포함해 절반이 넘는 6개의 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스키는 뭔가를 배우는 게 아니라 그냥 가족들이랑 놀러가서 타는 거였다. 저쪽 오두막까지 가면 초콜릿 하나 준다고 해서 그걸 받으려고 스키를 탔다. 그런 다음엔 스키를 벗고 그냥 불 피우고 뛰어놀았다. 재미있게 놀았던 게 스키에 도움이 된 건 아니었지만 어찌됐든 놀려면 스키를 타야했다. 부모님이 똑똑한 방법을 쓰신 것 같은데 사실 노르웨이 전형적인 가정의 모습이 이렇다.”

그는 “이런 애들이 100명 있다고 치면 그 중 한 명은 나중에 올림픽에 나갈 수도 있고 스키를 사랑하는 염색체(DNA)가 박혀있으니 메달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프리스타일 스키 하키파이프 강한 비결은 정해진 규칙 싫어하는 반항끼?


17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디펜딩 챔피언 데이비드 와이즈가 왼손으로 스키 앞쪽을 잡는 그립으로 더블콕 1620(회전축 두 번 바꾸며 4바퀴 반 회전)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 와이즈는 "요즘에는 모두 다 16(4바퀴반 회전)기술을 쓰기 때문에 단순한 회전기술 만으로는 (메달이) 충분치 않을 것"이라며 "몸에 가까운 곳을 잡는 안전하고 단순한 그립이 아닌 다른 걸 하는 사람이 메달을 딸 것"이라고 전망했다.
17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디펜딩 챔피언 데이비드 와이즈가 왼손으로 스키 앞쪽을 잡는 그립으로 더블콕 1620(회전축 두 번 바꾸며 4바퀴 반 회전)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 와이즈는 "요즘에는 모두 다 16(4바퀴반 회전)기술을 쓰기 때문에 단순한 회전기술 만으로는 (메달이) 충분치 않을 것"이라며 "몸에 가까운 곳을 잡는 안전하고 단순한 그립이 아닌 다른 걸 하는 사람이 메달을 딸 것"이라고 전망했다.
17일 열린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미국 팀은 대표 4명 전원이 예선 상위 12명만 설 수 있는 결선에 진출했다. 예선성적은 애런 블런크(26)는 1위, 버크 어빙(23)이 3위, 알렉스 퍼레이라(28)가 7위, 맏형 데이비드 와이즈(32)가 4위다. 네 선수는 1차 시기, 2차 시기에서 각각 톱3 안에 든 성적을 한 차례 이상 기록하며 결선에서 메달을 둘러싼 집안싸움을 예고했다.

2014 소치-2018 평창에서 이 종목 2연패에 성공한 디펜딩 챔피언인 와이즈는 미국 팀이 프리스타일 스키 종목에 강한 이유에 대해 “미국은 늘 반항아들의 운동을 잘 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2022 베이징 올림픽 미국 대표팀 공식의상을 받고 단체사진을 찍은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하프파이프 선수들. 2014 소치-2018 평창 2연패의 주인공 데이비드 와이즈(오른쪽)는 미국 팀이 하프파이프에 강한 비결로 '정해진 것을 따르기 싫어하는 반항기'를 꼽았는데 사진 한 장 만으로도 이들의 자유분방함이 드러난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 미국팀은 애런 블런크(오른쪽에서 두번째)가 1위, 버크 어빙(왼쪽 두번째)이 3위, 와이즈가 4위, 알렉스 퍼레이라(왼쪽)가 7위로 전원이 결선 진출에 성공해 19일 메달색을 겨룬다.
2022 베이징 올림픽 미국 대표팀 공식의상을 받고 단체사진을 찍은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하프파이프 선수들. 2014 소치-2018 평창 2연패의 주인공 데이비드 와이즈(오른쪽)는 미국 팀이 하프파이프에 강한 비결로 '정해진 것을 따르기 싫어하는 반항기'를 꼽았는데 사진 한 장 만으로도 이들의 자유분방함이 드러난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 미국팀은 애런 블런크(오른쪽에서 두번째)가 1위, 버크 어빙(왼쪽 두번째)이 3위, 와이즈가 4위, 알렉스 퍼레이라(왼쪽)가 7위로 전원이 결선 진출에 성공해 19일 메달색을 겨룬다.
“하프파이프는 규칙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 종목이다. 선수들은 ‘꼭 이렇게 해야만 해’ 같은 방식을 극혐한다. 이 종목은 선수들이 자기만의 스타일과 기술을 보여주면 그게 멋있고 독창적이기 때문에 당연히 점수도 잘 받는다.”

와이즈는 2대회 연속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경기에 나선 것에 대한 부담은 없느냐는 질문에 “세 번째 올림픽에 나올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여전히 이들 사이에 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결선에 올랐으니 오늘은 그걸로 됐다”며 프리스타일 종목 선수 특유의 ‘쿨내’가 진동하는 소감을 전했다.

●스위스 스피드의 비결, 와인 VS 고기


알파인스키 여자 복합(회전+활강)에서 2018 평창에 이어 2연패에 성공한 스위스의 미셸 기신.
알파인스키 여자 복합(회전+활강)에서 2018 평창에 이어 2연패에 성공한 스위스의 미셸 기신.
스위스의 미셸 기신(29)은 17일 알파인스키 여자 복합(회전+활강)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며 이 종목 2연패에 성공했다. 스위스 팀 동료 웬디 헐드너(29)가 나란히 은메달을 따 이날 스위스 알파인 스키 코칭 스태프들은 경기장에서 두 선수를 목마 태운 채 기념사진을 찍으며 ‘스위스 축제’를 벌였다.

이날 메달로 스위스 여자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 알파인 스키 5종목(활강, 회전, 대회전, 슈퍼대회전, 복합) 전종목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스위스 여자 알파인스키는 이번 대회 개인전 메달 15개 중 금메달 3개를 포함해 메달 7개를 쓸어갔다. 남자 대표팀도 활강, 대회전 두 종목에서 금메달을 더했다. 19일에 열리는 혼성 회전에서도 스위스 대표팀은 평창에 이어 이 종목 2연패를 노린다.

기신은 이날 우승 후 스위스의 활약 비결로 “올림픽에서 계속해 그간의 활약을 이어가려고 모두가 노력한다”는 다소 밋밋한 답을 내놨다. 다만 그는 자신의 메달 비결에 있어서는 동료들과 마신 ‘와인’이 도움이 된 것 같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스위스 알파인스키 대표팀 구성원들이 17일 여자 알파인스키 복합에서 나란히 금-은메달을 딴 스위스의 미셸 기신(왼쪽)과 웬디 헐드너(오른쪽)를 목마 태우고 이들의 동반메달을 기념하고 있다.
스위스 알파인스키 대표팀 구성원들이 17일 여자 알파인스키 복합에서 나란히 금-은메달을 딴 스위스의 미셸 기신(왼쪽)과 웬디 헐드너(오른쪽)를 목마 태우고 이들의 동반메달을 기념하고 있다.
앞서 11일 슈퍼대회전 경기에서 동메달을 땄던 기신은 “그 경기 전날 대표팀 남자 선수들과 와인을 한 잔 했는데 메달을 따고 숙소에 와보니 동료들이 방에다 ‘와인을 마시면 스키를 빨리 탄다’고 붙여놨더라”며 “그래서 어제도 당연히 이 친구들과 와인을 마셨다”고 말했다.

다만 전날 남자 활강에서 금메달을 딴 스위스의 베아트 포이츠가(35)의 코치는 기신과는 달리 ‘논알콜’의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포이츠와 경기 전 뷘드너 플라이쉬(소고기를 말려 만든 스위스 전통음식)를 먹었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스위스 전통음식을 예찬한 그는 “맥주는 안 마셨다”고 덧붙였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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