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 이겨낸 압도적 질주 최민정, 쇼트트랙 자존심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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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2월 17일 1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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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이 16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 출전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관중들의 축하에 화답하고 있다. 최민정은 이날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2022.2.16/뉴스1
최민정이 16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 출전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관중들의 축하에 화답하고 있다. 최민정은 이날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2022.2.16/뉴스1
새로운 쇼트트랙의 여제로 등극한 최민정(24·성남시청)이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지켰다. 자신을 향했던 기대감에 많은 부담을 느꼈지만 실력으로 이겨내며 세계적인 선수로 다시 한 번 이름을 날렸다.

최민정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금메달 2개를 따냈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처럼 다관왕에 오르진 못했지만 최민정은 이번 대회서 총 3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특히 최민정이 부담감을 이겨내고 메달 3개를 획득했기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이번 대회에 최민정은 한국 쇼트트랙 간판으로 출전, 책임감이 막중했다. 4년 전에는 심석희,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 등 쟁쟁했던 선배들과 출전, 마음의 부담이 크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지난해 5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에 오른 심석희(25·서울시청)가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최민정을 비하한 사실이 알려져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또한 선발전 3위였던 김지유(23·경기 일반)는 올림픽 개막을 약 2주 앞두고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둘의 대표팀 제외로 최민정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올림픽을 준비하기 전 정신적으로 힘들고, 부상까지 당하는 등 악재가 있었지만 최민정은 자신은 물론 한국 쇼트트랙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최민정은 올림픽 개막을 1개월 앞두고 취재진 앞에서 “역시 쇼트트랙은 대한민국이다라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며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위한 각오를 다졌다. 베이징 입성 후에는 “책임감”이라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올림픽 여정은 최민정의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대회 초반에 열렸던 혼성계주와 여자 500m에서는 빙판 위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불운으로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그러나 최민정은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훈련에 임하며 다음을 준비했다. 누구보다 먼저 훈련장에서 몸을 풀었고, 가장 늦게 훈련장에 남아 운동을 하는 등 구슬땀을 흘렸다. 훈련이 끝난 뒤에는 상대 선수들의 영상을 보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최민정이 16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 출전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기뻐하고 있다. 최민정은 이날 금메달을 차지하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2022.2.16/뉴스1
최민정이 16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 출전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기뻐하고 있다. 최민정은 이날 금메달을 차지하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2022.2.16/뉴스1
최민정의 땀은 결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여자 1000m와 여자 3000m 계주에서 최민정은 폭발적인 속도를 자랑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 바퀴만 더 돌았으면 우승할 수 있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두 아쉬운 준우승이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노골드 위기에 몰렸다. 모든 이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여자 1500m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부담이 따르는 마지막 경주에서 최민정은 침착했다. 그는 준준결승부터 결승전까지 자신이 계획한대로 레이스를 펼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준준결승에서는 시스템 오류로 남은 바퀴 수가 경기장 내 표기되지 않는 변수도 발생했지만 여유 있게 1위를 차지했다. 준결승에서는 막판에 힘을 뺐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기록(2분16초831)을 새로 썼다.

결승에서도 최민정은 10개 이상의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이번 대회 2관왕 수잔 슐팅(네덜란드)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경쟁을 펼쳐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자칫 노골드에 그칠 수 있던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살리는 레이스였다.

최민정도은 1500m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뒤 “금메달이 안 나오던 상황이라 여러 모로 신경 쓰이는 부분들이 있었다.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더 기쁘고 뿌듯하다”며 “올림픽은 생각 이상으로 힘든 것 같다. 마무리가 좋아서 다행”이라며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최민정의 우승을 지켜 본 미국 CNN은 “쇼트트랙 여왕이 동계올림픽 1500m 2연패로 돌아왔다”고 최민정의 금메달 소식을 전했다. 최민정과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친 폰타나 역시 “최민정은 금메달을 가져갈 자격이 충분하다”며 박수를 보냈다.

(베이징=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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