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들의 뮤지컬 도전, 2% 부족해 빵 터졌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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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인기영상 제작 ‘빵송국’
장난치듯 노래하면 욕먹을까봐 두 달간 죽기 살기 연습하기도
카이 등 진짜 배우들도 출연해… “뮤지컬 저변 확대 기여”엔 뿌듯

‘뮤지컬스타’를 만든 곽범 씨(왼쪽)와 이창호 씨. 곽 씨는 “우연히 박효신 홍광호의 공연 영상을 본 후 관련 영상을 계속 보다 너무 좋아 창호 씨에게도 추천했고 자연스럽게 기획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뮤지컬스타’를 만든 곽범 씨(왼쪽)와 이창호 씨. 곽 씨는 “우연히 박효신 홍광호의 공연 영상을 본 후 관련 영상을 계속 보다 너무 좋아 창호 씨에게도 추천했고 자연스럽게 기획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노트르담 드 파리’ ‘지킬 앤 하이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세계적인 뮤지컬의 라이브 무대를 2% 부족하게 찍은 유튜브 영상이 있다. 뮤지컬 소재 콘텐츠지만 배우들이 수준급 노래 실력과 연기력을 보여주는 데다 간혹 ‘찐’ 뮤지컬 배우도 등장한다. 유튜브 채널 ‘빵송국’이 만들어낸 콘텐츠 ‘뮤지컬스타’ 이야기다. 지난해 11월부터 동영상 14개가 올라간 뮤지컬스타는 최근 누적 조회 수 350만 회를 넘겼다. KBS 공채 개그맨 출신의 유튜브 기획자 곽범 씨(36), 이창호 씨(34)를 12일 서울 용산구 제작실에서 만났다.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한들 (프로 배우를) 절대 따라갈 수 없으니 더 죽기살기로 해야 웃길 것 같았어요. 노래 레슨을 받는데 심지어 선생님이 성대 수술을 할 생각이 없냐고 하더라고요.”(곽 씨)

뮤지컬 배우를 따라하려고 부단히 애쓰지만 이탈하고야 마는 음정과 벌어진 치아 사이로 새는 발음. 북받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노랫소리는 얼핏 ‘닭 울음’ 같다. 어설프게 열연하는 배우들 위로 ‘오랜 공복상태로 힘이 달리는 점 양해 바란다’는 자막이 흐를 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코미디라도 준비가 안 된 사람이 장난치듯 하면 욕먹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두 달간 준비한 노래도 있어요.”(이 씨)

“대사를 한 줄씩 끊고 숨쉬는 타이밍까지 적어가면서 연습했어요.”(곽 씨)

때로는 진짜 뮤지컬 스타가 등장한다. 두 사람의 표현에 따르면 ‘유일하게 컨디션 난조를 극복한 실력자들’이다. 일부 영상에 배우 카이와 정선아가 출연해 무대에서 직접 부른 넘버를 열창했다. 배우 아이비도 출연할 뻔했다는 후문이다.

“스케줄이 안 맞아 아쉽게 출연이 불발된 아이비님께 무한 감사드리고 이 자리를 빌려 조승우, 옥주현님께 러브콜을 보내봅니다.”(이, 곽 씨)

뮤지컬스타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뮤지컬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영상을 보고 공연 예매를 했다’는 댓글을 볼 때면 뿌듯하단다.

“처음에는 제작사에서 항의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좋아해주시더라고요. 다행이었습니다.”(이 씨)

“동료 개그맨들이 자꾸 출연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개그맨들 연락 그만하세요. 이건 진지한 뮤지컬 콘텐츠입니다.”(곽 씨)

두 사람이 몸담고 있는 코미디는 무대에서 관객을 만난다는 점에서 뮤지컬과 같다. 팬데믹 확산으로 스탠드업 코미디 쇼가 중단된 후 이들이 유튜브로 뮤지컬스타를 만든 건 우연이 아니다.

“구독자들이 ‘코로나 시국에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걸 손안에서 볼 수 있게 해줘 너무 좋다’고 하실 때 힘이 나더라고요.”(이 씨)

“뮤지컬과 코미디 모두 여러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곽 씨)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개그맨#빵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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