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어디로”…사주에 빠져 ‘운명’ 찾는 2030세대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12일 11시 44분


코멘트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2030세대를 중심으로 선천·후천운을 점치는 사주명리학(사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2일 유튜브 등 2030세대가 주로 활동하는 플랫폼을 보면 ‘명리학 공부법, 사주 해석’ 등의 내용을 담은 다수 영상물이 조회수 10만 단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취미 활동 기반 원데이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에는 ‘사주에 대한 이해’ 등 관련 강좌가 열리고 있고, 후기가 많게는 3000개에 육박한다.

사주는 인간의 생년월일 및 태어난 시각을 기반으로 각종 운명을 내다보는 학문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사주는 역술인 등이 철학관, 사주집에서 대면으로 점치는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전화 통화, 애플리케이션(앱) 등 비대면 방식의 사주도 증가하고 있다.

장년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도 있었으나 근래 들어서는 젊은층의 수요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서울 시내 한 사주업체 관계자는 최근 사주집을 찾는 고객들의 주된 연령대가 20대와 60대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박모(30)씨는 진로고민으로 갈피를 못잡던 시절 사주집 문을 두드렸다. 박씨는 “지난해 (역술인이) 살이 꼈으니 이동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데, 무시하고 워킹홀리데이에 갔더니 한 달만에 귀국길에 올랐다”며 “앞으로도 연말·연초나 큰 이동을 계획할 때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사주는 통계학을 기반으로 하니까 더 진짜 같고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비대면 전화 방식을 선호하는 최모(26)씨는 “전화 사주는 내가 태어난 생년월일, 시간만 알면 간단하게 나에 대해 파악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2030세대의 사주 열풍은 불확실한 미래 속 일종의 ‘길라잡이’를 찾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취업준비를 하며 사주에 빠졌다는 28살 정모씨는 “주로 불안한 일이 있을 때 찾아서 보게 된다”며 “특히 취업 전형을 치르는 중 자주 사주를 보게 된다. 잘된다고 하면 기분이 좋고, 안 된다고 하면 없던 불안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직장인 신모(25)씨는 마음이 한창 싱숭생숭하던 대학생 시절 처음 사주를 접했다. 그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에 사주를 보러 갔고, (긍정적인 답변을 들으면) 마음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신입사원 이모(26)씨는 삶에 대한 회의감이 줄어들지 않아 사주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언제 취업될지가 고민이었는데, 입사하고 나니 집을 살 수 있을지가 고민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언제쯤 안정적인 삶을 살지 늘 답을 구하고 싶다”고 했다.

특정 유형으로 자신을 정체화하려는 2030세대의 특성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소속감이나 동료의식 등이 희박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설명하는 수단으로 사주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정씨는 “평소 성격이 다혈질이고 정리를 못하는 편인데 내가 태어난 병화일주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고 했다. 박씨도 “토기운이 강하고 수기운이 부족한 편인데, 내 사주와 자잘한 실제 성향들이 잘 들어맞았다”며 신기해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특히 2030세대는 어디에 확실히 속해있는 경우가 드물다”며 “귀속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차원에서 본인을 잘 이해하는 기초자료를 알고 싶어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주에서 긍정적인 메시지가 있다면 현실에서 용기를 얻으려는 심리”라며 “젊은 세대가 심각하게 자신의 미래를 사주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어떤 위안을 얻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