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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홍수용]기만적 SNS 뒷광고

입력 2022-02-04 03:00업데이트 2022-02-0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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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홍보) 덕을 톡톡히 봤다. 개성 만점의 콘텐츠가 유튜브에 올라가자 국내외 구독자들은 스스로 춤추며 노래했고 패러디물인 태릉스타일, 홍대스타일, 건담스타일로 그 열기가 이어졌다. 만약 기획사가 광고 효과를 높이려고 패러디물 제작에 돈을 댔다면 강남스타일의 생명인 자발성은 빛을 잃고 발매 이후 43억 뷰라는 신화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노린 일부 기업들이 인플루언서들에게 돈을 주고 제품 후기를 쓰게 하면서 유료 광고임을 숨겨 소비자를 기만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4∼12월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등 플랫폼을 모니터링한 결과 이 같은 ‘뒷광고’ 1만7020건을 적발했다. 뒷광고를 하는 사람은 몇 년 전만 해도 스타에 가까운 인플루언서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직장인, 주부, 학생 등 일반인으로 확대됐다. 뒷광고 운영자가 다양해지고 관련 플랫폼 종류가 늘면서 이제는 광고 없는 SNS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SNS 뒷광고가 사회 문제로 크게 부각된 건 한 스타일리스트가 유료 협찬 사실을 알리지 않고 ‘내돈내산(내 돈을 주고 내가 산 제품)’ 콘셉트로 방송한 2020년 7월 무렵이었다. 이후 불법 바이럴 마케팅 의혹을 받은 유명 유튜버들이 릴레이 사과에 나섰고, 공정위는 광고표시 기준을 강화했다. 그런데도 뒷광고가 여전히 많은 건 인플루언서와 플랫폼 사업자를 처벌하기 힘든 현행 표시광고법의 한계 때문이다. 아무도 솜방망이 처벌을 겁내지 않으니 소비자 보호도 한낱 구호에 그치고 있다.

▷현실을 모르는 당국이 ‘상시 모니터링’ 엄포만 늘어놓는 사이 인플루언서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 수법은 더욱 정교해졌다. 솔직한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간파한 기업들은 팔로어 수가 100만 명 이상인 거물급 인플루언서 대신 팔로어 수 2만5000∼10만 명대의 중간급 인플루언서로 소비자에게 친밀감을 주고 신뢰도를 높이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업체의 이런 전략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광고와 실제 후기를 분간하기란 더 어려워졌다. 규제 타이밍을 못 잡는 당국의 엇박자 행보 때문에 뒷광고에 대한 불신만 쌓이고 있다.

▷SNS 플랫폼 경제는 재미와 놀이를 무기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왔다. 소비자들이 이 공간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동안 콘텐츠가 저절로 쌓였고, 인플루언서·기업·플랫폼은 이 콘텐츠를 활용해 돈을 벌었다. 자발성과 신뢰도 ‘제로(0)’인 기만적 SNS 뒷광고는 이 선순환 구조를 허물고 있다. ‘플랫폼 자본주의’의 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올지 모른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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