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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호크니가 붙잡은 ‘봄의 전경’

입력 2022-01-29 03:00업데이트 2022-01-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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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데이비드 호크니, 마틴 게이퍼드 지음·주은정 옮김/280쪽·2만5000원·시공아트
목은 휘고 등은 굽었지만 83세 노장(老將)의 시선은 꼿꼿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2020년 봄이 시작될 무렵 들판에 책상을 놓고 야외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의 시선은 자신이 2019년부터 머문 프랑스 노르망디 시골마을 어귀에 심어진 겨울나무에 향했다. 그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나무를 매일 들여다봤다. 나무는 매일 달라져 있었다. 가늘고 작은 이파리가 자라고 하얀 꽃봉오리가 피었다. 그는 매 순간을 아이패드에 그렸다. 수개월간 봄을 주제로 드로잉 120점을 남겼다.

팬데믹이 봄을 앗아간 그해, 호크니는 우리가 놓친 봄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이 책은 호크니와 절친한 영국의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가 2019년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주고받은 대화와 그림을 엮었다. 호크니를 오랜 시간 알고 지낸 게이퍼드는 그의 말과 그림 속에서 호크니의 예술 철학을 풀어냈다. 게이퍼드는 “호크니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새로운 발견”이라고 말한다.

호크니는 매일 새로운 순간을 발견하는 데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2020년 4월 호크니는 10분 동안 비를 맞으며 연못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관찰했다. 다르게 보기 위해서다. 그 후 약 1년간 수백 점에 이르는 나무를 그리고 나서야 그는 “내년 겨울나무는 조금 다르게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무를 바라보는 시선과 드로잉 실력이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느낀 것이다. 사물은 다르게 보려는 자에게만 다르게 보이는 법. 어쩌면 매일 조금씩 나아지려는 태도가 그를 거장으로 만든 게 아닐까.

원제는 ‘Spring Cannot Be Cancelled(봄은 취소될 수 없다)’. 전염병이 전시는 취소시켰을지라도 예술에 대한 의지는 꺾을 수 없다. 백발 노장은 지금도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순간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설렘을 느낀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노장의 그림을 보며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살아가려는 생의 의지를 배운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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