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한국산 철강 쿼터 확대, 빨리 협상하자”…美 “공급 과잉” 난색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8일 1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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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7일 오전 미국 워싱턴 D.C 무역대표부(USTR)에서 캐서린 타이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7일 오전 미국 워싱턴 D.C 무역대표부(USTR)에서 캐서린 타이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한국산 철강 수입물량 제한 해제 위한 협상 요구에 난색을 표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말 유럽산 철상 수입 물량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으며 일본과도 철강 협상에 나섰지만 한국에 대해선 중국산 철강 수입을 문제 삼은 것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캐러신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통상장관회담을 열고 철강 제품 관련 무역확장법 232 조치를 포함한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외국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은 당시 철강 관세 25%를 면제 받는 대신 철강 수출을 직전 3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수출 쿼터를 받아들였다. 여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미국 측에 철강 수출 제한에 대한 협상 논의가 더딘데 대해 국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전달하고 조속한 협상 개시를 촉구했다.

하지만 USTR은 이날 회담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타이 대표는 비(非)시장 행위에 의한 세계적 공급과잉에 따른 도전과 미국 업계의 강한 우려를 강조했다”며 “미국은 철강 산업의 탄소집약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정리를 위한 현재의 대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중국산 철강 수입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철강 쿼터 해제 협상에 난색을 표시한 것이다.

여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 철강은 민감한 품목이고 철강업체들이 집중적으로 글로벌 과잉 공급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보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타이 대표는 미국 측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EU 합의 역시 쿼터를 설정하는 것이었고, 우리도 재협상까지는 협의를 해야 한다”며 “우리는 최대한 빨리 재협상을 하자는 것이 일관된 주장이지만, 미국에서는 일단 일본과 EU와 (먼저) 협상하고 있는 부분이어서 여러 경로로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은 EU에 대한 철강 관세를 철폐했고 일본과는 철강 협상을 개시해 사실상 관세 철폐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한국산 철강 쿼터제가 그대로 유지되면 국내 철강업계는 대미 수출이 계속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무관세인 EU·일본산 철강과의 수출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날 여 본부장과 타이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여 본부장은 타이 대표에게 “IPEF가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에 입각하여 역내 다수 국가가 수용 가능한 기준과 협력을 포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IPEF가 반중 경제동맹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대해 미국 측의 개선 노력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 본부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IPEF 관련) 미국 정부의 공식 제안서나 구체적인 내용들이 나오지 않았다”며 “IPEF에 대한 한국의 입장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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