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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유성열]안전해서 행복한 사회를 위한 조건

입력 2022-01-27 03:00업데이트 2022-01-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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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사회부 차장
하셰미 낭얄라이 씨(33)는 지난해 8월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극적으로 탈출해 한국에 온 특별기여자다. 임시생활시설에서 정착 교육을 받은 그는 현재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인천에 정착했다.

하셰미 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족들과 공원에서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고, 그의 네 살배기 딸은 “여기는 총소리가 안 들려서 행복해요”라고 아빠에게 말했다. 이 가족이 한국에 정착한 이유는 무엇보다 ‘안전’이었던 것.

문득 “하셰미 씨 가족이 생각하는 것만큼 한국이 안전한 사회일까?”라는 질문을 던져 봤다. 최근 한 달 새 국내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를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가 그렇게 안전해 보이지는 않아서다. 이달 5일 충북 영동터널을 지나던 KTX(고속철도) 열차가 탈선해 7명이 다쳤다. 열차가 탈선 후 급제동하면서 인명 피해가 적었지만, 하마터면 수백 명이 죽거나 다칠 뻔했다. 1차 조사 결과 기차의 바퀴가 이탈해 탈선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비 불량 등 전형적인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1일엔 신축 중이던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가 무너져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아파트 분양자들이 입주한 후 건물이 무너졌다면 상상하기조차 싫은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법한 사고였다. 붕괴 규모가 워낙 크고 콘크리트 잔해물이 뒤엉켜 있는 탓에 실종자 5명은 여태껏 가족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지시로 콘크리트 지지대를 철거했다”는 협력업체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부실시공 의혹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에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무리한 공기 단축, 저비용 공사 등이 맞물려 발생한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라고 지적하고 있다.

근로자가 일터에서 사망한 소식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졌다. 20일 포항제철 공장에서 30대 협력업체 근로자가 석탄 운반 차량과 설비에 끼여 숨졌고, 24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선 50대 근로자가 크레인 오작동으로 철판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설 현장의 추락사도 잇달았다. 18일 서울 강동구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 25일 경기 안성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해 1명씩 숨을 거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828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하루 평균 2명 이상이 일터에서 죽고 있는 셈이다.

하셰미 씨 가족은 전쟁과 테러가 없는 한국에서 ‘치안의 안전함’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일상과 일터의 안전함’까지 느낄지는 모르겠다. 안전한 사회는 개인의 관심이나 경각심만으론 이룰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법이나 고용부의 근로감독이 만능 해결사도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경각심과 각종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 그리고 관련법까지 모든 요소가 톱니바퀴 물리듯 맞물려 돌아가야 가능하다. 하셰미 씨 가족이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도 “안전해서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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