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아시아경기엔 선수들 몸 만드는 ‘그림자 국가대표’도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대구보건대 출신 물리치료사들 주목

구보건대 물리치료과를 졸업한 물리치료사들이 국제 스포츠 무대를 누비고 있다. 올해 베이징 겨울올림픽과 항저우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국내외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로 합류한 신경환 씨와 김영현 씨, 배주영 씨(왼쪽부터). 대구보건대 제공
구보건대 물리치료과를 졸업한 물리치료사들이 국제 스포츠 무대를 누비고 있다. 올해 베이징 겨울올림픽과 항저우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국내외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로 합류한 신경환 씨와 김영현 씨, 배주영 씨(왼쪽부터). 대구보건대 제공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내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은 국내 체육계 전반에 걸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사건의 핵심 가해자인 ‘팀닥터’가 의사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증 없이 활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체육계에서는 선수 처우 개선을 위해 전문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종목별 연맹과 협회 등은 채용 관련 정관까지 수정하며 전문성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팀 내 훈련 담당 코칭스태프인 트레이너 선발 자격요건은 ‘물리치료사 국가면허 소지자’ 등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종목별 스포츠팀에서도 물리치료사 등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 출신 물리치료사들이 국내외 국가대표팀에 잇따라 합류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는 겨울올림픽과 아시아경기 등 스포츠 빅이벤트를 앞두고 선수들과 함께 금빛 사냥에 나선 이들도 많다.

2015년 대구보건대를 졸업한 신경환 씨(31)는 2019년 체조 국가대표팀의 트레이너로 합류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에서 금메달을 딴 신재환을 도운 숨은 주역이 신 씨다. 올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현재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신 씨는 졸업 후 대구의 한 병원에서 물리치료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삶에 큰 전환점을 맞은 것은 2018년. 심각한 허리 부상을 당한 한 이종격투기 선수의 재활을 곁에서 도우면서다. 신 씨는 “기적처럼 다시 챔피언에 오른 그가 바로 다음 날 온몸에 멍이 든 채 찾아와 고맙다고 했다”며 “운동선수 전담 물리치료사로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진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신 씨의 목표는 부상당한 어린 선수들이 다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일. 신 씨는 “스포츠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역량을 키워 어린 선수들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미래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 졸업을 앞둔 김영현 씨(35)는 지난달 스키점프 국가대표팀 전담 트레이너로 선발됐다. 다음 달 중국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을 돌보고 있다. 한국체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그는 캐나다와 싱가포르에서 트레이너 등의 경력을 쌓은 뒤 다시 대구보건대에 유턴 입학한 케이스. 김 씨는 “스포츠과학 분야에서 부상 예방과 재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며 “물리치료 관련 지식을 쌓아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는 욕심에 2020년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보건대의 장점을 전기치료 등 다양한 강의 시스템을 갖춘 점을 꼽았다. 김 씨는 “학교에서 배운 덕에 현재 평창선수촌에서 유일하게 전기도수치료를 할 수 있어 다른 종목 선수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며 “2024년 파리 올림픽 때까지 다양한 종목의 선수를 돌보면서 금메달을 따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주영 씨(41)는 지난해 쇼트트랙 중국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로 선발돼 화제를 모은 주인공이다.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현재 중국 선수들에게 ‘K물리치료’의 우수함을 알리고 있다. 스포츠과학 석사 출신인 배 씨도 ‘학력 유턴자’다. 운동처방사로 활동한 그는 선수들의 운동 능력 향상에 관심을 갖고 2016년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에 입학했다. 배 씨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중국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부위별로 나눠 유연성 있고 탄탄한 근육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중국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과 명승부를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1975년 물리치료과를 개설한 대구보건대는 2018년 전국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수중치료실을 구축하는 등 고가의 첨단 실습 장비를 갖추는 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은 “앞으로도 교육과정을 더욱 내실화하고 최첨단 실습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보건대#물리치료사#그림자 국가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