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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백신 두고도 갈라진 美… 워싱턴서 2만명 의무접종 반대 집회

입력 2022-01-25 03:00업데이트 2022-01-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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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허위 주장하며 정부 비판… “백신 효과 없고 안전하지도 않아
파우치가 뒤에서 조종해 승인한것”… “자연면역 신이 확인” 황당 발언도
전문가들 “정치 양극화 때문” 지적… 트럼프 극렬 지지자 집회 대거 참여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백신 의무화 반대 시위 참가자들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일부는 백신 의무화를 주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워싱턴=AP 뉴시스
23일(현지 시간) 오전 11시 반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 내셔널몰. 시위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반대’ 구호를 외치며 링컨기념관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주최 측 추산 약 2만 명의 시위대 중에는 마스크를 쓴 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집회 이름은 ‘(백신) 의무화를 정복하라: 미국인의 귀환’. 미국의 극심한 정치사회 분열상 속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백신 의무화’ 조치가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부분 코로나19 백신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아야 한다는 조치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링컨기념관 앞에 모여 연설이 시작되자 연사들은 음모론 같은 주장들을 이어나갔다.

로버트 F 케네디 변호사는 “백신을 실험할 때 플라세보(위약)를 투약한 그룹보다 백신 투여 그룹이 더 많이 숨졌다. 백신이 심장마비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신 제조 기업들은 어린이 5만6000명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범죄 기업이다. 그런데도 백신을 승인한 것은 앤서니 파우치(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로버트 F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들로 민주당 성향인 그는 백신 반대 운동을 이끌고 있다.

백신 반대 단체인 ‘팬데믹 건강연합회’를 이끄는 바이러스학자 로버트 멀론 씨는 “유전자 조작 코로나19 백신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리고 안전하지도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신 반대 운동이 허위정보를 확산시키는 음모론 단체들과 연계돼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백신 의무화 정책 반대를 명분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일부 집회 참석자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욕설로 통용되는 ‘레츠 고 브랜던(Let’s go Brandon)’을 연호했다.

뉴욕에서 4시간을 운전해 집회에 참여했다는 다이앤 씨는 “백신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나는 자연적으로 항체가 형성됐다. 신으로부터 이를 확인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집회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필라델피아에서 왔다는 잭 씨는 “바이든 대통령이 헌법을 파괴하는 쿠데타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백신 의무화 조치가 정치 쟁점으로 변질된 것은 오미크론 새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정책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졌고, 지난해 1·6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악화일로인 미국 내 정치 양극화 현상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를 반영한 듯 이날 집회에는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를 사실상 선동했다는 지적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층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부 시위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겼다’는 피켓을 흔들기도 했다. 경찰은 집회 내내 인근 지역을 둘러싸고 경계에 나섰다. 시위는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경찰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남성이 “마스크를 벗으라”며 마스크 쓴 피해자를 공격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 각 주는 민주당 강세 주와 공화당 강세 주에 따라 백신 접종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극단적으로 나뉘고 있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13일 대법관 9명이 ‘6 대 3’으로 엇갈리며 바이든 행정부가 200인 이상 기업에 적용하려 한 백신 의무화 조치를 무효화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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