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킹’ 동물 이야기? 사람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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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누적관객 1억1000만명 뮤지컬…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 4년만에 내한
‘라이온 킹’ 알고 보면 더 재밌어요
‘생명의 순환’ 메시지 극 전체 관통… ‘탄생-죽음’ 회전형 계단 활용 연결
초원동물들 화려한 ‘퍼핏’으로 재현… 수제 퍼핏 제작에만 1만7000시간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무파사(음토코지시 엠카이 카니일레)와 스카(앤터니 로런스)가 머리를 맞대고 싸우는 장면. 두 배우는 다른 장면에선 마스크를 머리 위로 올려 썼지만 싸우는 장면에서는 동물의 야생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스크를 내렸다. 디즈니 제공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무파사(음토코지시 엠카이 카니일레)와 스카(앤터니 로런스)가 머리를 맞대고 싸우는 장면. 두 배우는 다른 장면에선 마스크를 머리 위로 올려 썼지만 싸우는 장면에서는 동물의 야생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스크를 내렸다. 디즈니 제공
“관객들은 극장을 휘감는 음향과 무대 위 아름다움에 감동할 겁니다.”

여성 연출가 최초로 토니상을 거머쥔 줄리 테이머가 내놓은 뮤지컬 ‘라이온 킹’이 본고장 미국 브로드웨이 버전 그대로 4년 만에 내한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26일 개막하는 ‘라이온 킹’은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25년간 누적 관객 수 1억1000만 명을 돌파했다. 원작인 애니메이션 서사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아프리카 분위기를 살린 여러 장치들로 공연 예술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뮤지컬 ‘라이온 킹’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 극 관통하는 ‘Circle of Life’

극의 시작과 끝에 울려 퍼지는 대표 넘버 ‘Circle of Life(생명의 순환)’는 라이온 킹 전체를 관통한다. 대지에서 태어난 생명들이 삶과 죽음 사이 무수한 순환을 거쳐 살아간다는 의미를 가사에 담았다. ‘생명의 순환’ 메시지는 이야기 전개뿐 아니라 무대 연출 곳곳에서 묻어난다. 극이 전개되는 주 공간은 아기 사자의 탄생을 알리는 절벽 ‘프라이드 록’, 죽음과 폐허를 상징하는 ‘코끼리 무덤’이다. 두 공간은 상반된 의미를 지녔지만 둘 다 회전형 계단을 활용해 디자인했다. 인터내셔널 투어 한국 제작자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는 “생명과 죽음이 단절돼 있지 않고 연결돼 있음을 디자인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 동물 나오지만 ‘사람 이야기’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들은 화려한 ‘퍼핏’(인형)으로 생생하게 재현된다. 퍼핏은 아프리카의 전통 마스크, 인도네시아 그림자극, 일본 전통인형극 분라쿠 등에서 영감을 받은 테이머가 직접 디자인했다. 150분의 러닝 타임 내내 총 225개의 퍼핏이 등장한다. 51명의 배우가 퍼핏을 번갈아 쓰며 220여 개의 배역을 연기한다. 수제 퍼핏을 만드는 데는 1만7000시간이 들었다.

‘라이온 킹’은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결국 ‘사람 이야기’다. 이를 무대에서 구현하기 위해 테이머는 휴매니멀(Human, animal을 합친 말)과 이중노출이라는 연출기법을 활용한다. 분장이나 전신의상을 통해 배우를 동물로 변신시키지 않고 동물 퍼핏을 조정하는 배우의 얼굴과 몸을 그대로 노출시키며 표정과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 펠리페 감바 디즈니 공연그룹 총괄이사는 “배우들의 얼굴, 몸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조명하는 건 ‘라이온 킹’이 동물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안무 음향 분장에 깃든 ‘아프리칸 디테일’

1994년 상영된 원작 애니메이션은 사자 심바의 밝은 털색과 황금색 갈기가 백인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백인 중심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뮤지컬은 다르다. 심바의 보디 페인팅은 마사이족의 전통 문양, 암사자 날라의 의상 역시 화려한 장신구와 구애의 춤으로 유명한 워다베족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배우들은 남아프리카 배경을 가진 이가 많다. 주요 배역인 라피키 역의 푸티 무쏭고, 무파사 역의 음토코지시 엠카이 카니일레, 날라 역의 아만다 쿠네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다. 대표 넘버 ‘Circle of Life’는 남아프리카 토착 언어 줄루어로 시작되고 젬베 등 아프리카 토속악기를 활용해 음향을 입혔다.

제작진 역시 남아프리카를 포함해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들이 포진돼 있다. 안무를 맡은 가스 페이건은 자메이카, 음악감독 레보 엠은 남아공, 무대디자이너 리처드 허드슨은 짐바브웨 출신이다. 8세 이상 관람가. 3월 18일까지. 6만∼18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라이온 킹#circle of life#줄리 테이머#오페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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