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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결핍이라는 ‘장작’ 태우기[내가 만난 名문장/정지음]

정지음 에세이 작가
입력 2022-01-24 03:00업데이트 2022-01-24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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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음 에세이 작가
“욕구와 욕망의 얼굴을 직면하라. 그것이 현실과 불일치할 경우 동기가 형성된다. 비로소 불편, 결핍이라는 장작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신지수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 중


내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라는 사실을 몰랐던 시절에도 나는 언제나 ‘정상성’을 갈구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확실한 진단을 받은 뒤로는 정상인 상태를 거의 선망하게 됐다. 당시엔 정상성이 나의 궁극적 욕구이자 욕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이라는 ‘장작’을 태워도 결과는 ‘실망스러운 나’로 귀결됐다. 성인 ADHD는 완치가 힘들다. 나는 약물 치료를 지속하며 더디게 좋아지다가 어떤 순간엔 아예 멈춰선 기분을 느끼곤 했다. 나 자신이 투자 가치를 잃은 허위 매물 같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화가 없다면 나의 ‘욕망-현실-결핍’을 다시 정렬해 볼 필요가 있었다. 애초에 나는 정말 남이 되고 싶었던 걸까? 사실은 ‘너여도 괜찮아, 너라서 훌륭해’라는 다독임을 원했던 건 아닐까. 모든 인간에게 자기 자신은 최초의 자연 법칙이다. 그렇다면 후천적으로 학습된 부적절감 자체가 부적절한 건지도 몰랐다. 나는 나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아닌 세상이 바뀌지 않아도 꿋꿋이 살아낼 힘을 갖고 싶었다. 그러려면 내가 바뀌어야 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욕망과 욕구의 얼굴은 언제나 내면을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ADHD라는 불편을 ‘장작’처럼 땐 결과, 감사하게도 책 한 권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출간은 어떤 의미론 끝이었지만 나에겐 중요한 반환점이 됐다. 작가가 된 후로는 ADHD만이 나의 가장 큰 결핍이란 맹목을 버렸다. 나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단점과 약점을 가진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이제는 슬프지 않다. 한겨울 창고에 키 높이 이상의 장작을 쌓아둔 오두막 주인처럼 든든한 기분이다.

정지음 에세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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