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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인류 최대 난제 ‘코로나 종식’, 각자도생 넘어야 끝 보인다[광화문에서/유근형]

입력 2022-01-22 03:00업데이트 2022-01-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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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당신은 한 외딴섬의 작은 방에 감금됐다. 방 안에는 쇠 한 덩어리와 낡은 도면 한 장뿐. 며칠 밤낮을 고민한 끝에 그 도면이 문에 걸린 자물쇠를 딸 열쇠 설계도라고 결론을 냈다. 변변한 도구가 없어 간신히 쇠를 갈아 열쇠를 완성했다. ‘드디어 밖으로 나간다’는 기대감에 부푼 순간, 열쇠가 말을 듣지 않는다. 자물쇠는 여전히 굳게 잠겨 있다. 절망감에 주저앉아 울부짖는다.

방역당국의 중간 간부 A는 최근 이 같은 꿈을 종종 꾼다고 했다. 어렵게 찾은 문제 해결 방법이 번번이 실패하는 꿈이다. 2년 넘게 코로나19 대응에 매달리다 생긴 일종의 직업병 같다고 했다. A는 “출구 없는 미로에 갇힌 느낌이 들곤 한다”고 전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 방역 전사들은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와 같은 고난의 길을 걸어 왔다. 힘겹게 돌을 굴려 정상 부근까지 왔다고 느끼는 순간, 돌은 여지없이 다시 비탈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코로나19 발생 첫해는 “백신이 나오면 끝난다”는 희망으로 버텼다. 두 번째 해에는 “백신 접종률 70%를 넘기면 유행이 꺾인다”고 믿었다. 하지만 ‘델타 변이’라는 새로운 적 앞에 집단면역 희망은 사라졌다. 주요국들은 다시 ‘부스터샷’(3차 접종)에 매달렸다. 하지만 접종률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했다. 오미크론은 델타 때보다 2∼3배 더 빠른 속도로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은 먹는 치료제에 대해서도 과도한 기대감을 낮춰야 할지 모른다. 투입 가능 대상자가 제한돼 있고, 함께 먹을 수 없는 약이 많은 탓이다. 다만 2년 동안 ‘희망고문’을 반복하며 알게 된 사실이 하나가 있다. ‘난세의 영웅’과 같은 소수 엘리트의 힘과 지혜만으로는 코로나를 끝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백신 개발과 공급 과정만 봐도 그렇다.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과학자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백신이란 발명품을 완성시켰다. 그 열매는 철저히 강대국부터 가져갔다. 다른 첨단기술과 마찬가지로, 저개발 국가들은 뒤늦게 백신을 공여 받았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백신이 다수였다.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의 저개발 국가 백신 공급은 목표량의 절반만 달성했다. 그 사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발생한 변이가 앞서 백신을 접종한 나라로 옮아가 기존 백신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나부터 살겠다는 태도로는 코로나19 극복이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인류 최대 난제로 평가받는 코로나19의 종식에 다가가려면 각자도생보다는 진정한 인류애가 필요하다. 백신과 먹는 치료제를 균등하게 분배하는 데 ‘힘 있는’ 나라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우리 제약기업들이 먹는 치료제 복제약을 저개발 국가에 공급하는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가 이들을 더 지원한다면 국격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우리에겐 코로나19 초기 전국의 의사들이 대구로 달려간 연대의 경험이 있다. 이제 그 마음을 세계로 돌리면 어떨까. 역설적으로 그게 우리가 더 빨리 코로나에서 벗어나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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